▲ 이미령, 로랭 달레 부부. 한국산 버터와 프랑스 노르망디산 버터를 비교해서 설명하고 있다.

 

“브리짓 바르도의 간섭과는 달리, 많은 프랑스인들이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존중합니다."

 

이 말은 동물복지 운동가나 애완견을 아끼는 이들을 비꼬운 것이 아니다. 개고기 소비를 홍보하는 말은 더욱 아니다.

 

르 셰프 블루(Le Chef Bleu)대표이자 푸드 컬럼니스트인 이미령씨가 오랫동안 전해진 그 나라만의 독특한 식문화를 홀대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빗대어 한 말이다.

 

그는 “실제로 프랑스인 대부분이 ‘개구리’, ‘거위 간’, ‘말고기’ 등과 같은 독특한 음식을 섭취하면서, 주변 나라 사람들의 비난을 감수해 온 게 사실”이라며 “지역별로 600가지에 달하는 치즈가 존재할 정도로, 프랑스에선 천차만별인 맛의 차이를 느끼고 생각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인들이 지역별로 각기 다른 맛과 음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다른 나라의 식문화 또한 존중한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에 위치한 슬로푸드문화원에선 ‘제1기 지미교육전문가 기초과정’ 교육의 일환으로 이 씨와 그의 남편 로랭 셰프가 강사로 나서 프랑스의 식생활 교육을 소개하고 다양한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시식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미식교육은 삶을 즐기고 풍요롭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 2010년 11월 16일 프랑스 전통식 식사법이 세계 유네스코 무형 문화 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1972년 시작된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 지정 이후 처음으로 한 나라의 전통 식사 모델이 인류가 지켜야 할 문화 유산 목록에 등재된 것이다.

 

프랑스 싸르코지 대통령은 2008년 농업 박람회에서 ‘프랑스 식사 모델 유네스코 문화 유산 등재’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했고, 농림부와 문화부 관계자들이 충분한 연구와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이 씨는 특히 “1765년, 불랑제 A. Boulanger라는 사람이 파리에 연 레스토랑이나 1773년, 로즈 드 샹뜨와즈 Roze de Chantoiseau라는 사람이 역시 파리에 연 레스토랑이 세계 최초라는 것이 정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네스북은 1725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업한 보틴을 세계 최초의 레스토랑이라고 꼽고 있다. 레스토랑 이름인 보틴은 프랑스인 창업자 보틴의 이름을 딴 것이다. 레스토랑은 프랑스어로 원기를 회복시키는 곳이란 뜻을 담고 있다.

 

이 씨는 “먹는 행위가 사회 문화 철학 문학 예술 정치와도 복잡한 연관을 맺고 있는 만큼, 먹는다는 건 곧 잘 살고 나누며, 소통하고 즐기는 삶을 의미한다”면서, “음식과 연관한 아프리카 지역의 노동착취는 정치적인 의미를 지니고, 맛을 다양하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언어능력은 문학의 소양을 키워준다”고 풀이했다.

 

이 씨는 “프랑스 미각교육의 구체적인 목적은 무엇보다 향토 식재료를 이용한 토속음식를 설명하는 ‘이야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치즈를 먹을 때에도 어느 지방에서, 어떤 품종의 젖소가 생산한 우유로 만든 어떤 종류의 치즈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 어린이들은 어릴때부터 ‘우리 마을에 양배추를 직접 심을거야’라는 노랫말이 반복하는 노래를 부르며 음식과 식재료(신선 농산물)의 중요성을 배운다”고 전했다.

 

그는 “어린이가 음식의 기원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은 자아의식을 드높이고 개성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에선 어린이들이 홀로 TV를 보며 음식을 먹는 일이 적잖았다”면서도, “프랑스에선 반드시 모여서 대화를 나누며 음식을 먹도록 교육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반응하고,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도록 해서 개방성과 사회성을 키운다”고 얘기했다.

 

이 씨는 “미국의 경우 여러가지 ‘알러지’가 만연하고 있는 반면 프랑스에선 이런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알러지는 먹는 음식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만큼, 미국 어린이들이 프랑스에 비해 조잡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때가 적잖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프랑스의 미각교육은 남다른 점이 많다.

 

그는 “프랑스 학교에선 아이들에게 지역별로 생산한 농산물의 각기 다른 맛을 익힐 수 있도록 식재료와 음식메뉴를 끊임없이 바꾼다“면서 ”“프랑스는 학교급식을 통해서 편식을 금하고, 식기도구들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비롯해, 여러 식재료의 다양한 풍미를 비교하면서 맛과 건강면에서 좋은 음식을 선택하는 지혜를 전하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는 식문화를 몸에 익히도록 교육한다“고 말했다.

 

음식에 관한 프랑스의 가정교육 또한 예사롭지 않다.

 

부모들은 아이의 손을 잡고 직접 동네시장에 들러 일일이 식재료를 확인시킬 정도로 미식교육에 열성을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맛과 건강을 강요하기 보다는 오랜기간 인내하면서 다양한 맛을 선보이며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한다.

 

프랑스 미식교육은 농수산물과 식품의 유통과 소비행태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씨는 앞서 칼럼을 통해서 “평소에 농어촌을 접하기 어려운 파리의 시민들도 일주일에 한번쯤은 동네시장에 들러서 각 지역에서 생산한 신선한 농수산물을 살펴보고 소비한다”면서 “프랑스의 대다수 사람들은 동네시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한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에서 먹거리를 구입하며 카트속 풍만함에 쏠려 동네상권 붕괴라는 현실에 처한 우리의 식품 소비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 씨는 강의를 마치며 의미있는 말을 던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구의 지식인’이란 생소한 말이었다. 강연이 끝난 뒤 이 씨를 만나 ‘지구의 지식인’이란 말의 의미를 물어보니, 그것은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 즉 자연속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사람들을 위한 질좋은 식재료를 공급하는 농어민을 뜻한다고 했다.

 

그는 “이 말은 국제 슬로푸드 운동의 선구자 카를로 페트리니 (Carlo Petrini)가 농부와 어부의 중요성을 설명한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매우 아끼고 즐겨 인용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이 씨의 강연이 끝난 뒤 슬로푸드 문화원 조리실습장에선 그의 남편인 로랭 달레 셰프가 마련한 프랑스 식재료 시식회가 열렸다. 이날 시식 자리에서는 프랑스 보르도산 포도주를 비롯해, ▲한국산 버터와 프랑스 노르망디산 이지니 버터 ▲피망 데스펠레뜨(고추가루) ▲거위고기 테린 ▲토기고기 테린 ▲돼지고기와 돼지 간으로 만든 파테▲정어리로 만든 리예뜨 ▲엔초비 필레 ▲훈제한 대구의 간 ▲참 치로 만든 리예뜨 ▲에샬롯(마늘을 닮은 양파의 일종)▲게랑드산 천일염 ▲말린 토마토 절임 ▲케이퍼(서양양각초) ▲스위스산 치즈와 이탈리아 팔마산 치즈 ▲스페인 초리조햄 등 다양한 식재료를 선보였다.




로랭 달레 셰프는 교육 참가자들이 닭의 뼈를 고아낸 콘소메(consomme, 스프의 일종으로 맑게 우려낸 국물), 그리고 조미료를 이용해서 만든 콘소메를 동시에 맛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를 통해서 그는 조미료에 익숙한 우리의 입맛을 되돌아 보게 했다. 그는 맛보기 실험을 통해서 천연 식재료의 다양하고 풍부한 맛을 일깨운 것이다.
 





로랭 달레 셰프는 특히 “MSG(글루탐산나트륨)를 문제삼는 여론이 일자, 일부 식품기업이 MSG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문구를 내세우면서 MSG보다 못한 조미료를 사용했다”면서 “불필요한 첨가물을 집어넣는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미령의 깐깐한 음식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이 씨의 칼럼을 연재한 웰빙코리아뉴스는 열정과 모험의 푸드칼럼니스트 이미령씨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이 씨는 연세대 음대, 독일 쾰른음대를 거쳐 영국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컬리지, 파리 에콜 노르말 드 뮤직에서 피아노를 공부했다.

만 30세 때 국제무역, 국제마케팅의 길로 들어서, ‘SK글로벌’파리 지사를 거쳐‘삼성프랑스’의 현지채용직원으로 근무했다. 그 뒤에 프랑스의 3대 이동통신 회사 중 한 곳인, ‘브이그텔레콤’ 국제 로밍&마케팅 부서에서 지역담당 매니저로 몇년동안 일했다.

영국 유학 시절에 프랑스인 로랭 달레를 만나 결혼한 후, 만 40세가 되기 전 뉴욕에서 요리를 배워보고 싶다는 로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 갔다.

그녀는 국제마케팅 매니저로, 그리고 푸드 컨설턴트에 이르기까지,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새로운 모험을 즐기는 아름다운 열정의 소유자다.

남편 로랭 달레는 뉴욕주재 프랑스 영사관에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부주방장으로 근무했다.


이 씨는 프라이빗 셰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 ‘Le Chef Bleu LLC’를 미국인 파트너와 공동경영하면서 각종 주요 매체에 음식관련 칼럼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로도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파리의 사랑, 뉴욕의 열정’ ‘이미령의 푸드스토리’가 있다.


Le Chef Bleu LLC 홈페이지 ; www.lechefbleu.com 

email address ; mleedallet@yahoo.fr

푸드칼럼니스트 이미령 / Le Chef Bleu LLC,USA 공동대표

김성훈 newsking@agrinews.co.kr @에그리뉴스 agrinews.com


Posted by ezfar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