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다양한 취재원들의 목소리를 담아야한다. 그리고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양극화가 심각한 나라에서 가진 자들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형평성을 고려해서 지면을 동일하게 배치하는 것이 과연 다양하고 공정한 보도일까?

 

생산자를 중심으로 한 농산물 유통구조개선을 말하면서도 대형마트의 물량 분산기능을 강조하는 보도가 작금의 유통구조속에서 과연 합당한 것일까?

 

공정성과 다양성이란 이름아래 엄연히 실존하는 구조주의의 모순과 그늘은 애써 모른 체 해도 될 것인가?

 

오랜 학습을 통해서 대형마트가 장악한 농산물 유통 시장구조는 소비자, 농민, 그리고 가격과 품질면에서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국내외에서 입증되고 있다.

 

어쩌면 대형마트가 높게 쌓아올린 독과점의 벽은 영원히 해결하지 못하는 숙제로 남을 수 있다.

 

오늘날 기자들이 공정성과 다양성이란 자기 합리화의 모순에 빠져 소수 자본가들을 위한 세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근원으로 자리하고 있지나 않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이제 비교우위론과 국가 이익을 내세워 불균형 성장을 당연한 듯 얘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언론인들이 현실이란 냉정함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사람들에게 구조주의의 질서에 동참해야 한다고 세뇌하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

 

언론이 굳이 공정성과 다양성을 고민하며 대형마트를 위한 지면 배치에 신경쓰지 않아도 그들은 위세를 더해 갈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에게 그들이 만든 ‘현실’이란 질서에 맞춰야 한다고 애써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된다. 이미 그런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서 ‘자본’의 재교육을 받는 일은 정말 끔찍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자 개인의 가치관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데 수십만부씩 신문을 찍어내는 신문사의 기자가 자본의 질서에 갇혀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일까지 용납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직접 산업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주변인의 운명을 타고난 기자는 기사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기자는 누구의 생각과 현실을 옮겨야 할 것인가?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에선 권력의 주변에서 맴돌며 그들의 호감을 사고자 했던 기자들이 출세하고 명예를 더하는 일이 많았다.

 

기자가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직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여러 나라, 그리고 기사와 생명을 바꾸는 취재활동을 찾기 힘든 우리 사회가 인식하는 ‘기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외국의 어느 이름난 기자는 신문사를 이곳 저곳 옮겨 다니면서도 특정기관에 대한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우라나라에선 기자정신을 논하는 일이 없다시피 하다. '기자정신'이란 낱말이 있었는지 의아할 정도로 어색한 단어가 돼 버렸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국가의 현안을 맞닥뜨릴 때면 습관적으로 언론을 얘기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많은 사람들의 바람을 담은 협동조합 언론이 선보인다고 한다. 이른바 국민TV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협동조합언론은 언론사 종사자들만이 아니라 독자들이 조합원으로서 지분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동등한 의사결정권을 누린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언론사의 경영에 기여하고, 편집에 참여한다. 그래서 기자들이 오로지 시민 조합원들의 큰 뜻에 부합하는 보도에 전념하는 언론이 바로 협동조합 언론이다.

 

 

 

그런데 '국민의 협동조합 언론'에 걸맞는 기자정신을 영혼속에 담고 지켜온 기자들이 우리 언론계에 대체 얼마나 남아 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하다.

 

농민의 이름을 앞세운 언론에 대해 농민들이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농민의 뜻이 왜곡돼 전달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될 것이다. 좋은 언론은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고 석연찮은 이유로 언론을 떠나는 기자들을 지키는 독자들이 만들 수 있다. 이는 협동조합언론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까닭이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회는 바른 보도를 누릴 수 없다. 기자들이 기업들의 광고로 먹고 사는 일을 방치하고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 속에선 바닥 민심을 기면서 사람들을 위해 보도하는 기자들이 설 자리가 없다.

 

거대한 힘에 맞서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자들은 그들을 격려하고 아끼는 독자들이 있을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언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성훈 newsking@agrinews.co.kr @에그리뉴스 agrinews.kr

Posted by ezfar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