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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05 조 국 "악법은 법도 아니다"

지난 2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남짓 동두천 아름다운문화센터에서 '7월 동두천문화학교'가 열렸습니다. 법치와 인권에 대한 강연이었는데, 조 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께서 강사로 나섰습니다.


조 교수는 "법치란 법이라는 도구로 나라와 사회를 다스린다는 단순한 의미 보다는, ‘인권’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표현의 자유 등으로 대변되는 '자유권', 그리고 삶의 권익를 누릴 수 있도록 사회권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크라테스는 잘못된 법의 처벌을 따르기 보다 죽음을 택하겠다 했는데, 이것이 일제와 독재에 악용되면서 '악법도 법'이라는 말로 둔갑했다"면서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법을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조 교수는 특히 악법의 대표적인 사례로 과거 '긴급조치 9호'를 들었습니다. 이 법은 국가를 비방할 경우 처벌을 할 수 있게 돼 있었답니다. 말하자면 술자리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대통령 잘못을 거론할 경우 법적 처벌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유신헌법은 이 법의 개정을 얘기해도 처벌받을 수 있는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 악법은 따라야 할 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조 교수는 우리 교과서에 까지 등장한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소크라테스와의 뜻과는 전혀 다르게 왜곡됐다면서, 악법의 정당화, 그리고 과도한 법 집행이 어떤 피해를 낳고 사람들을 어떻게 길들이려 하는지 설명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법치(法治)가 구현해야할 사람들의 자유권과 사회권은 설 땅을 잃어버리고 법치가 아닌 법의 치욕(法恥)만이 남는다는 것을 일깨웠습니다.


뿐만아니라 여당 의원조차 통과시킨 법에 대해서 미처 알지 못하는 촌극을 빚으며 사회와 사람들의 혼란을 부채질 하고 있는 날치기를 예로 들어 의원수에 기반한 입법의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조 교수는 비록 소수 의원이라 할지라도 법 통과에 앞서 신상발언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필리버스터 부활의 필요성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가진 자의 과도한 법 해석과 집행에 따른 부작용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 정부들어 우리나라가 과거 군부독재시절처럼 국제사회에서 부분적인 표현의 자유국가로 전락했다면서, 최근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과도한 법 해석과 집행 또한 70~80년대를 연상케 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조 교수는 "MBC 광우병 보도, 야간 촛불시위 규제 그리고 미네르바에 대한 과도한 법 적용은 담당 판사와 검사까지 옷벗게 할 정도로 무리한 것 이었다"면서, "미네르바에 대한 과도한 법 집행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 사람들이 스스로 쫄게 만들어 자기검열을 거치도록 권력에 길들이는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특히 군당국이 장하준 교수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불온서적으로 분류한 것을 두고 헌법소원 절차를 거쳐 옳고 그름을 알아보고자 했던 군법무관이 중징계를 당하며 5년간 변호사 일을 못하게 된 어처구니 없는 사례를 들기도 했습니다. 덧붙여 G20 정상회담 포스터에 그린 쥐 그림에 대한 검찰의 과도한 집착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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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강연에서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조 교수가 말미에 거듭 강조한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기회의 균등'만으로 사회의 약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조 교수는 한달에 200만원을 쓰는 부잣집 아이, 그리고 그 아이의 휴대폰 요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밖에 지니지 못한 가난한 아이를 비교하면서 이런 식의 기회의 균등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리고 비싼 등록금을 메우기 위해 알바일을 병행해야 하는 대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대학생들 보다 뒤처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 교수는 사회의 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집행의 필요성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공공의 역할’을 거듭해서 강조했습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여건상 대통령의 의식에 따라 법의 해석과 집행, 그리고 법제정이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없다면서, 2012년 대선이후 사회 약자를 위한 전반적인 법률 제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연을 들으며, 글쓴이는 국민과 사회의 합의를 떠나 정부 부처간 원활한 소통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만들어진 FTA협정문, 그리고 의원수를 앞세운 한나라당의 한EU FTA 날치기 비준, 균등한 기회를 내세운 경쟁지상주의를 바탕으로 사회의 약자 보다는 국경까지 넘어 미국의 거대 자본의 이익에 치우쳐 있는 한미FTA를 떠올렸습니다.


오늘 조국 교수의 강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식의 FTA는 거부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사실을 줄곧 일깨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했습니다.


한편 서울대 법인화 문제에 대한 질문에 조 교수는 "서울대 학생들의 점거 농성은 국립대 법인화의 문제점을 되돌아 보게 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등이 국립대 법인화에 반대의 뜻을 보인 것도 주목할만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서울대 법인화법이) 끼워넣기식 날치기로 통과하면서 여당 의원조차 이 법이 통과됐는지 모르는 촌극이 빚어졌다"며 "(이 법에 대해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 구성원들의 저항이 강한 만큼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서울대 법인화법 개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답변했습니다.


Copyleft NewsKing.KR 2011. 7. 3. newski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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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zfar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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