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산업'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12.08 농민없는 융복합농업

박근혜 대통령이 FTA, TPP와 섞어 말하는 융복합 농업, 그 속에는 문화와 음식, 전통은 있을지언정 정작 생산은 빠져 있다. 농부가 제외된 농촌 문화와 전통의 계승, 그것은 시한부에 지나지 않는다.

 

농업이 빠진 정보화, 농부와 무관한 IT예산 집행, 생산과 무관한 농촌관광사업은 지금 농업예산 집행의 부실화를 부추기고 있다.

 

농부들이 이용하기에는 너무나 난해한 시스템,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거대한 시스템에 비해 빈약하지 그지 없는 농업 콘텐츠. 아무런 생각 없이 외국 먹거리를 선호하며 구축의 목적마저 모호한 영혼 없는 농업정보화시스템을 양산하는IT엔지니어들과 정보통신 기업들. 이들은 여전히 융복합농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농촌 실정에 어두운 대통령의 장미빛 착각을 뒷받침하는 이들은 오늘도 눈먼 돈을 주워 담기에 급급해 하며,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농업사랑을 말로만 연발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식과 경험, 마음이 아니라 관계이다.

 

정부 예산 지원이 중단되면 언제라도 움직이는 떡밥을 따라 떠나는 철새들. 그들은 농부들의 필요에 따라 시스템을 설계하고 돈을 구하지 않는다. 돈에 맞춰 시스템을 설계하고 기한내 사업을 마무리지을 따름이다. 이런 융복합 농업속엔 농부들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더 웃긴 것은 그들이 농업전문가로, 농업정보화 전문인력으로, 농업정보화 전문기업이라 불리며 농부들을 상대로 알맹이 없는 정보화교육을 도맡고 있는 현실이다.

 

일부 농촌관광전문가들이 농업을 관광사업의 틈새영역 정도로 여기고 농부들을 호텔종업원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진지 견학이랍시고 컨설턴트가 농부들을 데리고 간 곳은 다름아닌 삼성에버랜드. 그 곳에서 농부들은 손주같은 종업원들에게 낯간지러운 '방가방가' 인사를 익혀야 했다.

 

이렇듯 농부를 위한다고 하면서도 농부를 팔아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그들의 뒤틀린 융복합 지식은 곧잘 농부들의 인상을 찌프리게 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성공했다는 평을 얻고 있는 학교급식시스템 역시 문제가 적잖은 실정이다.

 

최근 대전일보에 따르면 학교급식 식자재 조달의 투명성과 신뢰를 담보하기 위해 도입한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이하 eaT시스템)'이 업체등록 후 사후관리 부족으로 되레 신뢰도를 잃고 있다. 학교측도 조달시스템의 신뢰도를 믿고 식자재 검수를 형식적으로 하기 일쑤여서 자칫 급식의 질 저하마저 우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eaT시스템은 사업자 등록증과 위생교육 이수증, 각종 영업허가증 등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갖추면 등록할 수 있어 시스템 도입 초기 70여 곳이었던 대전지역 업체 수는 현재는 200여 곳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등록 업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식품 안전성을 위한 사후관리가 더욱 중요해졌지만 정작 현장 점검은 등록 단계에서 거치는 현장실사 이후엔 전무하다.

이로 인해 식품 전문성과 같은 자격을 갖추지 못한 업체가 등록하거나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한 업체가 여러 이름으로 업체를 등록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무자격업체가 버젓이 입찰에 참여해 급식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래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의 학교급식 전자조달 시스템의 실적이 하루가 다르게 늘었나 보다. 농식품부는 속으로 곪아가는 학교급식 실태를 외면한 채 급속하게 불어나는 학교급식 조달실적을 aT센터로 부터 보고받고 흐뭇했을까?

 

이것이 FTA TPP와 섞어 말하는 농민 없는 IT융복합농업의 실상이 아닐까? 학교급식시스템은 있으되, 아이들과 농민은 없다.

 

더 이상 우리 농정의 부실과 예산 낭비의 논란에 책임을 농부들에게 떠넘기는 어리석은 일이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통령에게 있어 농부란 어떤 존재일까?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만을 바라보는 순박한 농부들은 속절없는 그들의 외사랑과 짝사랑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기나 할까?

 

박근혜 대통령은 없고 그의 오른팔만이 가득한 지역. 실체를 알 길없는 오른팔에 기대는 적잖은 농부들. 그들은 스스로를 소멸시키는 끊이지 않는 개방정책에도 나라를 위한 일이라며 어리석은 양보를 마다하지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유럽을 순방하며 영국 여왕을 만나 하회마을 이야기만 나눈 것은 아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한EU FTA의 완전한 이행을 약속하고 돌아왔다. 그 약속이 누구를 겨냥하고 희생양 삼을지 짐작이나 하고 있을까?

 

음식을 매개로 사회 역사 경제 정치를 융복합한 지식체계를 갖추고 먹을 권리(The Right of food)의 기치 아래, 생명다양성(Biodiversity)에 기반한 토종살리기(Ark of Taste), 그리고 이를 위한 융복합농업프로젝트(Presidia), 지역의 농부장터(earth market), 맛교육(Taste Education), 지역 공동체 복원(convivium),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쁨을 공유하는 연대의 축제(Tera Madre), 농가민박과 농가맛집을 중심으로 한 슬로여행(Slow trip) 코스 개발 등의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있는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은 융복합 지식을 강조하면서도, 꿀벌의 역할과 그들이 처한 위기를 알지 못하는 음식 전문가의 ''을 소재로 한 식생활교육은 필요없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농부를 가리켜 하늘, 땅과 교감하는 지구의 지식인이라 추켜 세운다. 또한 청년들에게 오래된 미래인 농촌으로 되돌아 갈 것을 진지하게 권고한다.

 

슬로푸드운동은 농부가 빠진 관광과 ICT에 편중된 대통령이 말하는 융복합 농업이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잘 보여준다. 그것은 다름아닌 중농주의 실학자인 다산 선생이 강조한 농업을 바탕으로 한 국가경제 활성화, 그리고 농민의 소득을 보장(후농,厚農)하고 편리(편농,便農)를 도모하며 우대(상농,上農)하는 삼농정책이다.

 

지금 융복합농업을 내세워 우리가 계승해야 할 전통은 양반사회의 유산이라기 보다는 농부의 소중함을 일깨운 국가정책 대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Posted by ezfarm.kr
이전버튼 1 이전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