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운동은 대형 자본에 의해 생산 유통되는 획일화한 식품 공급체계가 궁극적으로 인류 공동체를 파괴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획일적인 식품공급은 식재료의 품질이나 원산지에 연연하지 않는다. 대형 식품기업이 생산한 공산품화한 식품은 식재료인 신선 농수축산물이 어디에서, 어느 농민이, 어떤 씨앗을 심어서, 어떻게 생산한 것인지 관심이 없다. 인공 조미료를 덧씌워 똑같은 맛의 식품을 공급할 따름이다.
결국 식품대기업은 제한된 먹거리의 대량생산에 몰두하게 되고 이를 유통시킬 수 있는 대형유통업체와 광고마케팅에 중점을 두게 된다. 이로 인해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식품기업, 유통기업, 매스컴의 카르텔이 형성된다.
오늘날 다국적 금융자본이 만들어 낸 곡물메이저, 기업축산,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대형할인점, 대규모 식품기업, 거대 언론의 등장은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반면 슬로푸드운동은 생물종 다양성, 맛의 다양함을 내세운다. 그 이유는 식품의 규격화는 결국 농산물 생산의 단종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형 농업과 공장식 축산업을 부추기며 수많은 일자리를 뺏고 가족농의 생존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대량생산을 위한 맛의 균일화가 낳은 생물종의 단종화에 따른 대량생산 유통 방식은 식량공급의 편중성을 심화시켜 전세계 인구를 충분히 먹여 살릴만한 식량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굶어죽는 이들이 더욱 늘어나는 기현상을 낳고 있으며, 지역 경제와 공동체 를 파괴하고 있다.
생명종 다양성을 위한 사람들의 노력은 실제로 사회경제 공동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의 기억속에서 잊혀진 앉은뱅이 밀을 경남 진주의 농민들이 모여 되살리기 시작했다.
소멸위기에 놓은 앉은뱅이 밀이 지역 농민들의 협력으로 되살아 나면서 여러가지 일자리가 만들어 지고 있다.
앉은뱅이 밀을 가공하는 기업, 그리고 앉은뱅이 밀을 원료로 사용하는 음식점, 빵집이 늘고 있는 것이다.
사라져 가는 씨앗 하나를 되살렸을 뿐인데 적잖은 지역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가 활기를 얻고 있는 셈이다.
이는 소멸위기에 놓은 '씨', 그리고 그것을 소재로 한 전통음식을 되살리면 그만큼 지역경제와 사회공동체는 큰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생물종이 되살아 나서 지역경제와 공동체가 활기를 띤다는 얘기는 곧 생물종이 사라지는 것 만큼 우리의 삶이 지속가능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을 뜻한다.
슬로푸드운동은 그래서 씨와 맛의 다양성을 유난히 강조하고 자본에 의한 획일적인 먹거리의 대량 생산과 유통을 극도로 혐오한다. 그리고 자본의 이익을 앞세운 인간의 과학, 구체적으로 생명공학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를테면 거대자본이 보다 많은 이익을 누리기 위해 줄기세포로 쇠고기를 생산하는 생명공학기술 개발에 투자해서 성공했다고 치자. 이럴 경우 곡물 생산자, 사료가공업체, 식육기술자, 등급판정사, 가축개량전문가, 축산기술 개발자, 도축업자, 가축위생(방역) 및 수의 전문가. 축산농민, 축산물 운반 및 물류기업, 축산기계 기업, 육가공업체 등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지역경제는 물론 서로 연관을 맺고 함께 해 온 경제공동체가 무너진다.
뿐만 아니라 인위적인 생명공학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질병을 비롯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슬로푸드운동이 반자본, 반신자유주의 운동으로 흐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본이 생존을 위해 더 이익을 누리려 팽창화하는 과정에서 생명종의 단종화, 그리고 맛의 획일화를 도모하며 인류의 마지막 보루인 '생명'마저도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슬로푸드운동은 으뜸의 가치인 생명마저 왜곡하는 자본이 개인 삶을 파괴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와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궁국에는 인류를 파국으로 이끌 것이라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유기농 운동이 생산윤리 측면에서 자연을 닮은 먹거리 공급을 지향하고, 로컬푸드운동이 농민·소비자의 지역 공동체를 되살리는 식품소비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면, 슬로푸드운동은 ‘씨’와 ‘맛’에 담긴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한 삶의 철학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저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지역속에서 모두가 함께 잘사는 사회를 추구하는 슬로푸드운동이 주목하는 것은 '씨'와 '맛'의 다양성, 그리고 교육이다.
슬로푸드운동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져 버릴 자본의 독과점 사회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회를 위한 대안이다.
김성훈 newsking@agrinews.co.kr @ 에그리뉴스 agrinews.kr
![]() | |
카를로 페트리니는 고향인 이탈리아 브라(Bra) 지방 근처에 세계 최초의 '미각대학'을 설립하였다. 정부가 관리를 하지만 전체 운영방향과 기획은 카를로 페트리니가 주도하고 있다. 단순한 미각을 살리는 교육을 넘어 인간과 과학, 살림과 나눔의 철학이 녹여낸 교육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슬로푸드 운동 국제본부 회장 카를로 페트리니(58·Carlo Petrini)가 세계가 처한 금융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느리게 사는 삶'이 대안이라며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소비 신봉의 무한경쟁체제인 신자유주의에 대해 언급했다.
공존공생이 아니라 함께 죽을 수 있는 상황에 빠진 지금 '느림의 철학'과 '자발적 가난'의 정신을 나눌 때가 아닌지, 지난 과거의 삶을 다시 되돌아 볼 때다.
달팽이로고로 상징되는 슬로푸드(Slow Food) 운동. 1986년 패스트푸드의 상징인 맥도널드 매장이 이탈리아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카를로 페트리니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저항으로 슬로푸드운동을 전개했다. 음식문화가 표준화, 획일화함으로써 공동체의 근간이 파괴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이제 세계 132개국에 걸쳐 85,000명의 회원들과 50여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국제적인 단체로 성장했다.
○ 슬로푸드가 세계금융위기를 돌파한다? 중에서...
|
○ 슬로푸드운동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