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청소년들이 팍스아메리카를 위한 희생양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미 기진맥진한 미국을 대체하려는 듯, 물신(物神)은 이제 유럽을 마주하는 대서양에서 아시아 오세아니아 국가들이 위치한 태평양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 일본을 들러리로 내세워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동원해 동아시아를 비롯한 태평양 국가들을 협박하고 있다. 때를 같이해 미국은 TPP(환태평양동조자협정)을 매조지 하는데 열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남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간 힘겨루기를 의식한 듯 우리 정부는 느닷없이 TPP에 대한 참여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주요 농축산물 수출국인 강대국들마저 마다하지 않으며 양자간 FTA주력해 온 한국 정부가 뒤늦게 TPP 참여의사를 내비치자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장료 징수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독소조항이 그득한 한미FTA조차 양에 차지 않은 듯, 미국은 TPP입장료로 우리 농업의 뿌리인 쌀과 쇠고기 시장을 더 열라고 압박하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 또한 우리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에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진보당을 해체하고 전교조를 법밖으로 밀어내겠다는 떼를 쓰면서 야권을 비롯한 민주진영은 얼이 빠진 사이에 어처구니 없는 통상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경기도는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 또 서울시 교육청은 얼마전 공정성을 내세워 안전하고 건강한 식재료 조달보다 이윤을 노리는 일반급식업체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 식재료 사용 권장비율을 50%로 하향 조정했다.

 

경기도의 학교급식 예산 지원 중단 서울시 교육청의 친환경 농축산물 사용비중 감축 전교조의 법적지위 박탈 진보당의 해체 심판 요구와 같은 납득하기 힘든 정부의 잇따른 뻘짓은 태평양 군사 긴장 고조, TPP입장료 요구와 맞물려 지방정부의 대표적인 복지정책으로 자리 잡아온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 체계를 흔들고 있다.

 

적잖은 사람들은 스스로 시장직을 내던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에 대한 과민 반응, 그리고 여당 정치인들이 친환경 학교급식을 문제삼으며 왜 스스로 표를 깎아 먹으려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TPP입장료 요구를 바라보면서 최근까지 지속하고 있는 정부·여당 정치인들의 생뚱맞은 행보 뒤에는 미국산 쇠고기와 쌀이 버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찌감치 한나라당 대표를 거쳐 적잖은 시간동안 정치권에 몸담으며 정당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 법한 박근혜 대통령은 유럽 순방을 떠나 전자결제로 정부의 진보당 해체 심판청구를 승인하는 특이한 행보를 보였다. 이 유럽 순방길에서 박 대통령은 한EU FTA의 완전이행을 결의하는 희한한 외교의례를 치른다.

 

이미 맺은지 몇 년이 지난 한EU FTA협정의 완전한 이행을 결의한다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일까? 하는 불안이 엄습했다.

 

돌이켜 보면 한EU FTA 타결 당시 협정문에 따르면 지방정부가 형평성 차원에서 국내 친환경 농산물을 위주로한 예산 지원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게 일었다.

 

EU FTA에 학교급식 예외규정이 없어 국내산 농산물을 우대 구매할 수 없다는 비판에 대해 외교부는 20115"협상 당시 WTO정부조달협정(GPA) 개정협상의 결과를 그대로 적용키로 합의했다. WTO GPA 개정협상에서는 학교 급식 예외조항이 인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한EU FTA 협정문을 문제 삼는 여론에 대해 외교부는 WTO조항을 들이대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불완전한 답변을 한 셈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 순방때 생뚱맞게 발효한지 한참 지난 한EU FTA의 완전한 이행을 강조한 것은 다소 불완전해 보이는 학교급식 시장 개방에 대한 약속이 아니었을까?

 

학교급식 지원에 따른 예외조항의 부재는 한미FTA 협정문 또한 마찬가지 였다. 외교부는 한미FTA 협정문은 학교급식은 예외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으나, 송기호 변호사는 서울시 경기도 등 전국의 시도 시군구 지자체들이 학교급식을 할 때에 지역에서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을 우선 사용해 왔는데 한미FTA협정문은 정부조달양허기관에서 지자체를 배제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말대로 한미FTA협정문에 학교급식 지원에 관한 예외조항이 들어 있다고 해도 문제다.

 

외교부가 학교급식에 대한 예외조항이 없음을 사실상 시인한 한 EU FTA 협정문에 따라 유럽산 농축산물 시장이 제한 없이 학교급식 시장으로 침투한다면 한미FTA에 명시하고 있는 미래의 최혜국 대우 조항 (Future MFN Treatment)에 따라 미국 농축산물 또한 같은 대우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농업에 있어 학교급식시장은 얼마나 소중한 것일까? 전국의 초중고 학생 약 120만명에게 급식일수 180일 동안 의무급식을 제공하는 데에 들어가는 식품은 약 5조원어치로 전체 농산물의 8%에 달한다. 이는 국내 친환경 농산물의 공급량과 맞먹는 규모다.

 

우리나라 친환경 농산물 시장의 주된 활로인 학교급식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된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이 향할 곳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는 우리 농업의 마지막 희망으로 일컬어지는 소농 중심의 친환경 농업이 불가능해 진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한미FTA도 모자라 한반도를 에워싼 막강 함대의 위력시위에 힘입어 한국 정부를 TPP협상장으로 몰고 나왔다. 농업 강대국들과의 양자간 FTA를 위해 너무나 많은 것을 내줬지만 이번엔 아예 팬티까지 벗어 던져야 할 판이다.

 

TPP지각생인 한국이 지불해야 할 입장료는 다름 아닌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이었다. 그동안 우리 축산물 시장을 갖다 바치며 쌀만큼은 지키려 애썼건만 이제는 쌀마저도 내놓으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소 집단으로 꼽히는 미국산 젖소 암소고기까지 들어오는 쇠고기 시장 추가개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성장호르몬과 지독한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투여받은 미국의 젖소 암소는 식용으로 쓰여선 안되는 위험한 집단이다.

 

그도 그럴것이 미국 시민단체가 가려진 미국의 광우병 실태를 폭로한 동영상에 등장하는 소들의 전부가 젖소 암소다.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가 국내에 들어온다는 것은 새끼를 낳으며 수소보다 수명이 긴 암소고기가 수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암소가운데 절반은 젖소이다.

 

미국의 젖소는 일상적으로 성장호르몬을 투여받으며 과도하게 많은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식품의약청(FDA)를 성토의 도가니로 만든 지독한 항생제 투여도 마다 않는다.

 

이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을 개발한 기업은 다름아닌 공공의 적으로 꼽히는 몬산토다.

GMO방식으로 만든 소의 성장호르몬이 사람의 암을 유발한다는 몬산토사 내부 기밀 문서가 폭로되면서 성장호르몬은 유럽은 물론 미국 내부에서조차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했다.

 

아다시피 미국산 쇠고기는 국내에서 인기가 없다. 재고가 많은 만큼 둔갑도 많다.

결국 30개월령 이상의 저질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주는 데로 먹어야 하는 급식시장으로 침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학교급식 시장의 빗장을 열어 제치고 있는 여당 정치인들은 미국 축산기업의 쓰레기를 돈주고 사들여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와 TPP협상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는 아주 특별한 조치를 취했다.

 

정부는 FTA협정문의 국회 통과때마다 걸림돌이 돼 온 진보당, 그리고 양심적인 교사들의 노동조합인 전교조의 숨통을 틀어 죄고 있다.

 

어떻게 민주 국가에서 정부가 진보정당 해체를 꾀하고, 교사들의 노동조합을 법밖으로 밀어내려 하는 일이 벌어졌을까?

 

이는 한반도 주변 긴장고조와 맞물린 억지 TTP 참여, 그리고 저질 쌀과 위험한 쇠고기의 학교급식 시장 장악이라는 물신의 시나리오에 발맞춘 결과로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는 우리 농업의 숨통을 끊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여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속속 자리 잡는다면, 학교급식과 우리 농산물의 단절은 전국적인 도미노 현상처럼 번져 나갈 것이다.

 

학교급식 시장과 우리 농산물의 단절은 송아지를 키우며 친환경농사를 병행하는 소농의 씨를 말리고 우리 농촌·농업의 뿌리를 사정없이 흔들며 쥐어 뜯을 것이다.

 

정이 넘치던 우리 고유의 DNA를 변형시킨 외환위기, 그리고 무분별한 개방정책과 수많은 FTA를 거친 우리나라는 이제 아이들의 생명마저 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군사안보를 미군에 맡긴 것도 모자라, 식량주권마저 송두리째 외세에 건낸다면 우리에겐 통일이 아니라 식민지의 길이 주어질 것이다.

그 길이 벌써부터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을 보니, 머지 않았나 보다.

 

돈많이 버는 무역에 치중하며 먹거리는 사먹으면 된다는 물신의 꾐에 속아 굶주리는 후진국으로 전락한 나라들이 하나 둘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농업을 가르치는 학교가 줄었다. 농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급감했다. 농업을 전공하고도 농업과 관련한 일을 하는 젊은이들을 찾기 힘들다. 앞으로는 씨가 마를 지경이다. 농부가 되기 위해 농촌으로 향하는 청년을 갈수록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지구촌의 많은 지식인들은 소농을 중심으로 한 지역 공동체의 복원이 미래를 위한 대안이라 꼽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돌아가야 할 농촌은 소멸하고 있다. 미래를 차단당한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삶을 강요당할 것인가? 그들은 과연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Posted by ezfar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