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죽이면서 경쟁력 제고라니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농수축산인 간담회에서 이런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농어민들의 반발이 적잖이 신경쓰였나 보다.

 

"많은 분들이 FTA 걱정을 하셨는데 아까 말씀대로 한편으로는 두렵고 걱정도 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게 기회가 아닐까하는 솔직한 심정을 말씀해주셨는데 우리나라 제품들도 예전엔 경쟁력이 없어 양말 한번 신고 빨면 고무줄이 늘어지게 되면 국산이 그렇지 뭐 이렇게 자조하는 얘기가 많았는데 지금 외국에 가면 최첨단기술에 앞장선 나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제조업이나 IT분야에서 이렇게 할 수 있는 나라이면 우리 농축수산도 정부에서 지원하고 뒷받침하면 농축산물 품질이 자체적으로도 엄청 좋기 때문에 거기에 기술이 뒷받침되면 얼마든지 경쟁력이 있습니다.

 

항상 어떤 일이든지 기회와 위기는 동시에 온다고 생각을 합니다. 용감하게 위기를 기회로 잡았을 때 한 단계 더 올라가는 것이 되거든요. 농축수산인 여러분들이 이것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 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농축수산업이 한 단계 올라서고 대한민국 농축수산 제품은 안전하고 믿을 수 있고 품질 좋은 브랜드화 되어 한류와 함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게 하겠다는 그런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제 맘대로 태평양연합군과 전쟁을 저질러 놓고 전장에서 훈련을 하면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은 농업을 희생하고 시장 개방을 종용하는 경제관료들에게 "조강지처를 어찌 버릴 수 있느냐"며 나무랐다고 한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의 집권시절,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지나친 중공업 위주의 불균형 성장은 농촌의 공동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불균형성장론은 경쟁력이 높은 산업을 우선으로 하되, 그로 인한 수익을 희생한 산업에 나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팔아 얻은 수익을 농민들과 나누기 보다는 산업간 불균형 구조를 더 고착화한 것이 사실이다.

 

설령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의 압력을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할지라도, 농어민들에게 어찌보면 "알아서 버텨 달라"는 식의 무책임한 말을 해선 안된다.

 

'조강지처'를 운운하지는 않더라도 왜곡된 억지 희망을 이야기 하면 안된다. 그것은 농어민을 두번 죽이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정부가 통상협상때마다 늘어놓는 경쟁력 제고란 말을 더이상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농어민도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경쟁력 제고를 농어민들은 농어업을 포기하라는 얘기로 해석하지 않았을까.

 

박 대통령이 강대국들에 눌린 약한 모습을 보이며 한덕수씨가 말하는 경쟁력 제고를 내세우기 보다는 정부가 어떡하든 농어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겠으니 정부를 믿고 따라 달라고 당부하는 것이 적절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성의 삶을 책임지는 대통령은 극단적인 위기에 내몰린 농어민의 노고에 감사하고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바르다고 본다.

 

밖으로 농업 강대국들이 즐비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어처구니 없는 경쟁을 강요하는 시장개방을 밀어 부치면서, 안으로는 우리 농업을 뒷받침 하겠다고 말하는 박근혜 정부의 진정성 또한 느끼기 어렵다.

 

정부의 잇따른 퍼주기식 날림 FTA 타결, 그리고 쌀시장 개방과 쇠고기 시장 추가개방이라는 입장료도 아랑곳 없는 TPP 참여는 우리 농업을 극단적인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 여당은 지난 MB정부부터 매년 소값 파동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우값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송아지는 나몰라라하면서 한우생산기반을 위축시키는 암소 때려잡기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여당의 도지사, 교육감, 그리고 여당 의원들이 중심이 된 도의회는 우리 농업의 마지막 희망이자 아이들을 위한 기초복지인 친환경 학교급식조차 외면하고 있다. 공공기관 개혁을 외치면서 복지 감축이란 황당한 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어제 농수축산인 간담회를 통해 정부는 사실상 농업을 지키기 위한 협상력을 발휘할 의사가 없으며,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시인했다.

 

이제 도시의 아빠 엄마들에게는 뭐라고 말할 텐가.

 

미국의 소비자들을 공포로 몰아 넣은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젖소고기를 받아들이면서, 미국에서 소에게 일상적으로 주사하는 성장호르몬이 아이들의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설득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산 쇠고기의 둔갑행위를 눈감아 줄 것인가.

 

30개월령이상 쇠고기 시장 추가개방이란 몹쓸 미국의 입장료 요구에도 불구하고, TPP참여를 기정사실화하며 TPP참여나라들에게 미국이 원하는 ISD를 심고자 퍼주기식 날림 FTA를 마다 않는 정부는 대체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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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zfar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