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치 <식량닷컴>에 실린 저의 원고를 소개합니다. 제 글을 자주 접한 분들께는 친숙한 글이라 생각됩니다. 이 글은 지난1990년대말 우리나라에선 WTO 출범으로 여념이 없을 때, 미국과 EU간 쇠고기로 빚어진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제가 지녀 온 질문이자, 반복하는 고민을 다룬 것입니다. 이제 2013 12월 미국산 쇠고기의 위협은 TPP를 등에 없고 또 다시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무지막지한 TPP 등쌀에 안녕들 하십니까? <편집자주>

  

대체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가

팍스아메리카를 위한 희생양으로 내몰리고 있는 한국 청소년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에게 입장료를 요구한다. 하나는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이고, 다른 하나는 쌀시장 개방이다.

  

올들어 우리나라의 도지사는 친환경학교급식 예산을 잘랐다. 또 다른 교육감은 친환경 농산물 사용비율을 줄였다. 또 다른 도의회는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 조례를 폐기했다. 정부는 법을 남용하면서까지 이에 반발하는 전교조와 진보당을 사실상 해체하려 한다.

  

인천시 학교급식 예산 감축, 경기도의 학교급식 예산 지원 중단, 서울시 교육청의 친환경 농축산물 사용비중 감축, 경북도의회의 학교급식 지원조례 폐기, 전교조의 법적지위 박탈, 진보당의 해체 심판 요구 등과 같은 납득하기 힘든 정부와 지자체의 잇따른 조치는 태평양 군사 긴장 고조, TPP입장료 요구와 맞물려 지방정부의 대표적인 복지정책으로 자리 잡아온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 체계를 흔들고 있다.

  

정부는 특히 566조원에 달하는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도높은 개혁작업에 착수했다. 그런데 내년까지 사업축소, 자산매각, 복지감축 등 개선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관장이 교체된다는 대목은 찜찜하다.

  

공공기관을 개혁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런데 그것을 빌미로 복지를 감축하자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이 공공급식 예산 삭감의 빌미를 제공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자칫 잘못하면 친환경 공공급식은 물건너가는 것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엄습한다. 공공급식을 겨냥한 낙하산 인사만 부치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있다.

  

대통령은 지난 유럽 순방때 생뚱맞게도 이미 발효한지 한참 지난 한EU FTA의 완전한 이행을 약속했다.

  

공교롭게도 한EU FTA 협정문에는 학교급식 예외조항이 없다. 외교부는 당시 WTO정부조달협정(GPA) 개정협상을 들어 학교 급식 예외조항이 인정된다고 답했다. 한미FTA협정문은 정부조달양허기관에서 지자체를 제외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해명은 협정문과 동떨어진 불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을 대리해서 TPP참여 나라들에게 ISD를 접종하고 TPP가 가속화하면 당장 아이들의 밥상이 위험에 처할 것이다.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미국의 젖소 집단이 포함된다. 이들 젖소는 과도한 우유를 짜내기 위해 일상적으로 성장호르몬을 맞으며 지독한 항생제를 투여받는다. 

  

소에게 주사하는 성장호르몬은 미국과 유럽 의학계를 통해서 암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오래전에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 농업에 있어 학교급식시장은 얼마나 소중한 것일까?

  

전국의 초중고 학생 약 120만명에게 급식일수 180일 동안 의무급식을 제공하는 데에 들어가는 식품은 약 5조원어치로 전체 농산물의 8%에 달한다. 이는 국내 친환경 농산물의 공급량과 맞먹는 규모다.

  

우리나라 친환경 농산물 시장의 주된 활로인 학교급식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된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이 향할 곳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는 우리 농업의 마지막 희망으로 일컬어지는 소농 중심의 친환경 농업이 불가능해 진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한미FTA도 모자라 한반도를 에워싼 막강 함대의 위력 시위에 힘입어 한국 정부를 TPP협상장으로 몰고 나왔다. 그동안 농업 강대국들과의 양자간 FTA를 위해 너무나 많은 것을 내줬지만 이번엔 아예 팬티까지 벗어 던져야 할 판이다.

  

TPP지각생인 한국이 지불해야 할 입장료는 다름 아닌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이다. 그동안 우리 축산물 시장을 갖다 바치며 쌀만큼은 지키려 애썼건만 이제는 쌀마저도 내놓으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소 집단으로 꼽히는 미국산 젖소 암소고기까지 들어오는 쇠고기 시장 추가개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성장호르몬과 지독한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투여받은 미국의 젖소 암소는 식용으로 쓰여선 안되는 위험한 집단이다.

  

기어이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된다면, “왜 우리만 이런 위험한 것을 먹게 하느냐고 아이들이 물을 게다.

  

아이들은 시험받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고통받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모르쇠 하는 어른들의 사회는 이 땅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굴욕을 달게 받아야 한다는 비겁한 침묵을 가르치게 될 것이다.

  

먹기 싫다는 아이들에게 위험한 음식을 강요하거나 방치하는 일은 정의롭지 못하다. 자신의 아이들마저 지키기 못하는 부모가 사회 속에서 떳떳할 리 없다. 그런 사회가 당당할 리 없다. 그런 나라가 독립국가일 리 없다.

  

FTA에 이어 TPP까지 요동치는 이 때에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친환경학교급식, 그리고 쌀과 한우다. 그것은 미래를 위한 아빠와 엄마의 약속이자 후손을 위한 의무다. 어른들이 불의에 맞서 미래세대에 대한 약속과 의무를 다한다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지속 가능할 게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우리가 지킨 민주주의를 기억하고 꽃피울 거다.

  

TPP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는 잘난 양반들에게 묻는다.

  

아이들의 생명마저 마저 내주고 다음엔 무엇을 더 내주려 합니까?”

  

30개월령이상 쇠고기 시장 추가개방이란 몹쓸 미국의 입장료 요구에도 불구하고, TPP참여를 기정사실화하며 TPP참여나라들에게 미국이 원하는 ISD를 심고자 퍼주기식 날림 FTA를 마다 않고 있는 정부는 대체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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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zfar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