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5년 신문사에 입사한지 1년이 채 안됐을 때다. 꽤 오랫동안 동물약품 분야를 취재한 선배기자가 팜플렛을 한아름 가지고 와서는 대단한 게 나왔다며 부산을 떨었다. 뭔가 살펴보니 당시 LG화학에서 개발한 부스틴 에스라는 성장호르몬에 관한 것들이었다.


나 : 선배 이거 괜찮아?

선배 : 생명공학이 큰 일이 했어. 이거 접종하면 우유량이 두배로 늘어난데

나 : 헐~~ 근데 안전할까요?

선배 : FDA 승인까지 얻은거야

나 : 이거 잘 못하면 우유공급과잉 원인이 될 터인데…


그리곤 보도자료를 훑어 봤다. “생명공학의 개가가 어쩌구 저쩌구… 몬산토에 이어 세계 두번째 라는 둥, 거창한 단어가 요란했다.


그러고 나서 2년쯤 지났을까? 나는 국책연구기관에 출입하게 됐다.


그 곳에서 만난 새로 부임한 축산담당 연구책임자는 이제 막 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돌아온 ***박사였다. 우연히 그의 차를 빌려 타게 됐는데…


***박사 : 김기자! 혹시 rBST라고 들어 봤어?

나 : 그거 소한테 주사하는 산유촉진제…?

***박사 : 맞아, 아는군. 근데 말야. 그게 문제가 있어. 내가 미국에서 학위할때 우유 실험에 참여했는데 테스트를 해보니 rBST가 그대로 우유에 남아있었어. 내가 직접 확인했는데 나도 많이 놀랐어.나 : 그거 나오면 안되는 거 아니예요?

***박사 : 응 그게 단백질 성분이라 젖소 체내에서 소화가 된다는 게 몬산토 설명이거든

나 : 그거 애들 문제일으키는 것 아니예요?


***박사 : 문제가 많지. 암도 유발한다는 것 같고..

나 : 헐!!! 나는 우유 공급과잉 될까봐 걱정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체크 해보셨나요?

***박사 : 우리나라에선 그거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해. 그 장비가 너무 고가여서 미국안에서도 몇대 없어.


당시 영국에서 비롯한 광우병으로 유럽 전체가 초토화한 상태였다. 이 때에 유럽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발단은 유럽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으면서 비롯했다. 미국은 유럽에게 광우병으로 소를 다 죽이면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 못하겠다는 유럽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런데 정작 유럽이 미국산 쇠고기를 기피하는 까닭은 광우병이 아니라 미국에서 소에게 접종하는 소의 성장호르몬 때문이었다. 무려10년이나 싸우고 있었다. 유럽은 미국의 보복을 받아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수출상품들의 대미 수출길 마저 막히고 WTO패소까지 당하며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했지만 끝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저지했다.


그 때 왜 유럽은 이토록 미국산 쇠고기를 막느냐는 미국측의 질문에 유렵측은 아주 인상깊은 말을 남겼다. “식품의 안전성은 국민의식과 비례한다” 한 마디로 미국인과 유럽인의 의식은 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뤘는데 당시 타임지의 커버스토리는 ‘WAR’ 였다.


1998년쯤 나는 국내 이름난 목장들을 골라 전화를 걸어서 하루종일 취재를 했다.


나 : **목장이죠? 부스틴에스라고 쓰시나요?

목장 : 예 쓰는데 부작용이 많아서 문제네요

나 : 뭐가 문제인데요?


목장 : 소가 축축 늘어져서 잘 못 일어나요. 너무 우유를 많이 짜다보니 아주 고급 사료를 먹여야 하는데 사료비를 감당치 못해서 충분하게 못 주니…


나는 당시 여러 목장을 취재했는데 대부분 같은 문제에 봉착해 있었다.


심지어 젖소의 체력 손실이 너무 커서 유산하는 일이 늘어나고 소가 일찍 도태해 버려 피해를 입는 사례도 많았다.


그리고 이듬해 다시 사정을 확인해 보니 대부분의 목장들이 부스틴 에스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불어나는 사료비에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때에 미국에서 왜 소에게 닭 돼지 소의 부산물을 사료로 먹이는 이유를 알게 됐다. 성장호르몬은 과도한 착유를 해서 소에게 값비싼 고단백 사료를 급여해야 하는데 소에게 축산 찌꺼기를 먹여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식이라면 미국에서도 동종포식사료 급여로 인해 광우병과 같은 병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왜 미국 젖소에게서 유독 앉은뱅이 증세가 많은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로 90년대말 한국에서 나타났던 소가 축축 늘어지는 증세였다.


우리 낙농가들은 축산물 찌꺼기를 미처 젖소에게 먹일 생각을 못하고 외국에서 들여온 최고급 건초를 먹여서 비싼 사료비를 감당한 것이 소의 성장호르몬 사용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당시 몇년째 반복된 지독한 우유공급과잉 또한 우리 낙농가들이 성장호르몬 사용을 포기하는데에 한 몫 거들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난 2003년. 당시 미국산 캐나다산 호주산이 시장개방을 등에업고 본격적으로 우리 쇠고기 시장을 공략해 한우마리수는 절반이 사라졌다. 그런데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유럽의 과학자들이 누누이 지적한데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한 것이다. 캐나다도 예외가 아니었다.


성장호르몬 사용에 따른 동족포식성 사료의 무분별한 급여가 불러온 참극이었다.


희망이 없어 보이던 한우산업은 미국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중단으로 기사회생했다.


그리고 2008년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은 황급히 미국에 인사하러 떠났고, 거기서 놀라운 선언을 한다. 바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선언이었다.


이럴 수가 하는 사이에 또 다른 문제가 터졌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는25개월~27개월령에 이르면 대부분 수소는 도살하는 것이 상례. 30개월령 이상의 소는 새끼를 생산하는 암소를 말하는 것인데… 하며 생각을 하다가 머리를 스쳐가는 공포를 느껴야 했다. 아차 “미국 젖소…”


젖소는 고기소와 달리 우유를 매일같이 생산하기 위해 성장호르몬을 일상적으로 주입받는다. 그리고 부족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동족포식사료를 먹어야 한다.


뿐만아니라 약해진 면역을 보완하기 위해 지독한 항생제를 계속 투여받는다. 이렇게 3년간의 짧은 생애(한국은 6년정도)를 마감해야 하는 미국 젖소 고기는 과연 어떨까? 나는 관련자료를 뒤졌고 생각보다 문제는 심각했다.


미국산 쇠고기 세포의 극적인 변화라는 게 바로 그 사례다. 30% 가량의 미국산 쇠고기에 심하면 죽음까지 몰고오는 성장호르몬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자료를 접하기도 했다.


소의 성장호르몬에는 6가지의 호르몬이 사용된다. 그중 3개는 천연물질이고 나머지 3개는 몬산토가 조합안 인공호르몬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소의 성장호르몬은 현존하는 농산물유전자조작식품(GMO)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몬산토의 발명품이다. 그리고 소의 성장호르몬을 일상적으로 맞으며, 미국 내부에서 미 농무부 식품의약청(USDA FDA)가 승인하지 않아야 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지독한 항생제를 밥먹듯 투여받는 미국 젖소는 인간이 만들수 있는 가장 위험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숙주로 자리하고 있었다.


다급한 나는 트위터에서 오바마를 검색해서 3개의 계정에 트윗 맨션을 날렸다.


Obama! Don’t resort to any of your cheap tricks! Can you eat an old milking cow’s meat which was in growth hormone, drugs? and thus you often have spoken to people of backward nations, “Learn South Korea”? (“오바마, 잔꾀 부리지 마라! 당신은 호르몬과 항생제에 범벅된 나이든 젖소고기를 먹겠느냐? 그래서 당신은 후진국 국민들에게 한국을 배우라고 말하곤 하는 것인가?”)


오바마 대통령이 이 맨션을 봤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그날 나는 새벽 2시와 5시쯤 두 번에 걸쳐 받으면 뚝 끊겨 버리는 전화를 응대해야 했다.


1990년대말 부터 내게는 미국의 광우병이며 소의성장호르몬을 때가 되면 점검해 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 때마침 미국에서 광우병이 재발한 지난해 나는 미국에서 소에게 사료로 급여하는 것을 금지한 소의 내장에다, 광우병 위험물질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큰 소의 머릿살이 CJ를 비롯한 대기업을 통해 수입돼 소머리국밥, 쇠고기국밥의 식재료로 쓰이고 있는 사실을 찾아냈고, 우리 사회에 이를 널리 알렸다.


때를 같이해 대만에서는 아주 특이한 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었다. 성장촉진제를 사용하는 미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수입을 반대한다는 시위였다.


요즘 나는 미국이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을 입장료로 내세운 TPP에 대한 글을 끝없이 쓰고 있다.


물론 TPP에 대한 집중적인 글쓰기의 이유는 쇠고기만이 아니다. 하지만 TPP가 오랫동안 앓아 온 나의 고질병을 또 다시 자극한 것은 사실이다.


허술한 학교 당국의 검사는 저가 식재료에 노출돼 있다. 사람들이 외면하는 미국산 쇠고기는 때때로 둔갑술을 부리며 저가입찰방식을 고집하는 허술한 급식시장을 유린하고 있다. 공공급식은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특이한 먹거리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는 점 또한 늘 마음에 걸린다.


정부가 TPP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무역협회가 계속해서 TPP바람을 불어넣는 이상 아이들의 밥상은 호르몬과 항생제로 범벅된 미국산 젖소고기에 노출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는 사정이 이러함에도, 미국 젖소까지 포함되는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시장을 추가로 개방하며 우리 자동차와 전자제품시장마저 일본에 내주고 말 TPP에 참여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과연 우리나라가 아이들의 생명마저 허락하고 FTA에다 TPP까지 이중으로 우리 농업을 내주면서 팍스아메리카의 제후국으로 자리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


우리 정부가 농산물 시장을 추가로 내주고 호주로부터 얻은 ISD카드를 손에 쥔 미국은 이젠 한국은 자격이 미흡하다며 TPP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필요 없다”는 그들에게 속옷까지 벗어 던지며 매달려야 하는 건가. 생명에 대한 의식은 제쳐 놓더라도 최소한의 양심과 자존심도 버렸나? 


Coptleft @ NewsKing.KR

Posted by ezfar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