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주식회사가 국민보다 소중한가요?

사람들이 철도노조의 파업에 동의하는 까닭은 철도 노동자들의 급여나 복지 때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보다 철도 노동자들의 근무여건이 부족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사람들이 철도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이유는 함께 나눠야 할 공공기반의 상실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4대강 공사를 남의 일처럼 방치한 결과, 해마다 녹조라떼를 들이켜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목격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이 아니라고 수차례에 걸쳐 강조했지만 거짓말이었음이 탄로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서발KTX 주식회사 설립이 철도민영화가 아니라고 거듭해서 말하고 있지만 더 이상 대통령의 이런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은 드물다.
박 대통령이 공약한 복지와 경제민주화마...
저 후퇴하는 마당에, 철도마저 밀리면 의료 전기 식량 등 줄줄이 내줘야 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앞 길이 불투명하고 삶이 팍팍하다. 그나마 맞벌이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앞날이 두렵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안녕하다고 여겼던 철도노동자 8,500명 직위해제, 200명 고소, 30명 체포영장 발부, 130명 강제구인이란 끔찍한 숫자는 공포 그 자체다.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에겐 절망, 그 자체로 다가왔을 것이 분명하다. 줄잇는 대자보는 나라 일이 더 이상 자신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감당해야 할 코 앞에 닥친 숙제라는 것을 실감나게 체험한 젊은이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살인적인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 또한 ‘대학’을 너머에 이미 ‘공포’로 자리한 일자리에 대한 불안이 극에 달했을 게다.

이런 와중에 세상 일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언론은 밥값도 못한다는 원성을 키우고 있다.
사람들은 그냥 놔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나라 일이 어찌 돌아가는지 파악조차 하기 힘드니 스스로 대자보를 붙여가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기에 이르렀다.

누구보다 합리적이고 깔끔한 보도로 신뢰를 지녔던 언론인 ‘손석희’에 대한 가당치 않은 중징계는 정부가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마저 차단하고 있다는 분노를 자극했다.
그리고 일요일 터진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과도한 공권력 투입은 더 이상 이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사람들이 “또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지”, “정부가 대체 무슨 일을 어떻게 벌이려 하는지” 노심초사하며 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상황이 도래한 셈이다.

국가 최고의 공신력을 지녔다고 믿었던 정부가 더 이상 국가를 위하지 않는다는 역셜적인 불신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그 대가가 불투명하고 바르게 일하면 밀어내는 사회는 마치 고장난 나침반처럼 젊은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내 몫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사회와 나라의 안녕을 위해 더 이상 쳐다만 보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위기를 감지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위기의식은 지난 6년간 꾸준히 누적된 결과다. 하루 아침에 느닷없이 느끼는 당혹감과는 차이가 있다. 인내하고 버텨봐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사회,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지만 갈수록 더 나빠지는 삶은 기다림을 증오로 바꿔 버렸다. 정부 여당만 그런게 아니다.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지도자들 또한 시원스레 출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친숙한 SNS마저 국가정보기관들이 장악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정부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구심을 안겨다 주었다. 그것도 자신이 스스로 나라의 장래를 선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인 대통령 선거에 까지 정부가 개입해서 여론을 조작했다는 사실은 좀처럼 잊기 어려운 충격이자 상처로 남았다.

양심을 지켜 바른 얘기를 전해 준 권은희 수사관, 윤석열 검사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고마운 존재였다. 그러나 그들이 겪어야 하는 상식밖 현실은 또 다시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

정부가 논의조차 거치지 않은채 속도전으로 밀어 붙이는 FTA와 TPP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EU FTA와 한미FTA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미래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사회는 사람들이 거센 세파와 맞설 수 있는 의지마저 상실케 하고 있다. 위험에 처한 철도노동자를 돕기 위해 달려 온 사람들과 대치하며 최루액을 물총쏘듯 하는 경찰들의 살벌함은 개인의 삶을 해체하는 불도저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사람들은 철도 노동자들의 삶이 그들보다 절대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철도 노동자들을 도우려는 까닭은 자꾸만 밀리기만 하는 그들의 삶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힘겨운 삶을 지탱해주던 희망이 더 이상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거짓말에 속아 4대강을 방치했다는 죄책감 또한 한 몫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자유와 정의를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절박함, 그리고 ‘거짓’이 ‘진실’을 비웃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철도’라는 공공재를 사익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의무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럴 리 없겠지만 혹여 철도 노동자들이 억울한 마음에서 임금이나 복지를 말하지 않기 바란다. 내게 주어진 공공의 몫을 내놓아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느끼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것 까지 따질만한 겨를이 없다.

임금이나 복지를 운운하며 국민과 철도 노동자를 떼어 놓으려는 간사한 꾀에 속아 넘어갈 사람이라면 애초부터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지도 않았을 게다.

철도 노동자들은 오로지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쌓여온 분노의 크기를 헤아려 철도를 꼭 국민의 것으로 지켜내는 데에만 골몰하기 바란다.

“더 이상 밀리면 안돼요. 이제 물러설 자리가 남지 않았어요”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해요”수많은 사람들이 이 시간에도 철도노동자들을 응원하며 전하고픈 이야기는 이런 말이 아닐까?

“벌써 새벽 두시가 다 됐네요. 시간이 너무 늦었으니 이제 경찰들을 돌려 보내고, 시위 참가자들 또한 따뜻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국민의 뜻을 쫓아 뒤로 물러서는 것이 대통령의 흠이 될 수 없답니다”

사람들은 지금 대통령을 향해 이런 말을 목놓아 외치고 있는 듯 하다.

정동에서 지금까지 젊은이들이 편갈라 대치하고 있는 지금, 대통령에게 한가지 묻고 싶다.

"대통령은 철도민영화를 않겠다고 하면서도 경영을 효율화하기 위해선 별도의 자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KTX주식회사가 아닌 온 국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KTX협동조합이 어떨까요?

지분은 코레일이 90% 이상 갖되 의사결정권은 모든 조합원들이 지분과 관계없이 1표씩 골고루 나눠 행사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이렇게 하면 과도한 철도요금 인상 걱정안해도 되고, 국내외 자본에 우리 철도를 넘기는 최악의 상황을 철저히 봉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도 가능하고 조합원인 국민에 대한 서비스도 크게 개선될 것입니다. 물론 철도는 온 국민의 몫이 됩니다.만약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기 꺼려한다면 철도를 온 국민의 몫으로 남겨둘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다면 철도를 협동조합을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고 성과가 괜찮다면 전기 수도 가스 의료 등의 공기업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 민영화가 아닐까요?.

온 국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면, 사살상 사용자가 '국민'인 셈인데 국민과 맞서는 파업은 성립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Posted by ezfar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