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을 외치며 동맹휴업을 결의한 전국의 대학생들은 꼭 일깨워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한미FTA가 지닌 대학 등록금과의 상관관계입니다. 과거 이 문제를 다룬 글과 기사들을 간추려 보면 한미FTA가 논의되면서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 고공행진을 거듭한 대학등록금, 서울대의 법인화라는 오늘날 대학생들과 그 가족들이 직면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잘 풀어서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한미FTA이후에 벌어질 상황에 대해서도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

 

‘FTA 협정에서 중요한 원칙 가운데 ‘이행의무부과 금지’ 조항이 있다. 곧 국내에 주재하는 외국교육기관은 국내의 교육기관과 차별 없이 경쟁할 수 있도록 동등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는 곧 국내대학에 대한 정부보조금을 철폐하라는 압력으로 작용하여 가뜩이나 비싼 등록금 외에 추가로 부담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진보교육연구소, '한미 FTA와 교육개방, 진실은 무엇인가' 2006.4.25.) 

한미 자유무역협정(아래 FTA) 2차 협상이 진행됐던 2006년 7월 10일,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한국 교육시장 개방에 구체적인 관심을 표시했다. 이날 커틀러 대표의 발언 이후 교육개방에 대한 찬반 공방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국내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법인이 아닌 자는 사립학교를 설치ㆍ경영할 수 없게 돼있다. 즉 현재 우리나라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비영리법인만이 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비영리법인을 비롯하여 영리법인도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교육시설이 과다 밀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수도권에 대학설립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사립학교법상 외국인이 재산의 1/2이상을 출자할 경우 이사의 최대 2/3를 내국인이 아닌 자로 할 수 있도록 돼있다. 고등교육기관을 설치ㆍ운영하려면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을 갖추어야 하며, 수익용 기본재산은 수익률 3.5% 이상이어야 한다.

이밖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학교법인 또는 사학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렇듯 국내에 외국대학 설립과 진출을 어렵게 하는 제도들은 교육개방이 된다면 외국은 그 완화를 요구할 수 있다. 이런각종 규제들이 GATS에서 규정하고 있는 서비스 교역 의무사항의 시장접근 의무,내국민대우 의무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미국 영리법인의 대학이 들어왔을 경우,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을 연구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 아닌, 하나의 기업으로 다뤄지게 될 위험성이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원 임은희 연구원은 “사실 영리가 목적이 아니라면 현재 국내법으로도 외국 교육기관의 대학 설립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진출한 외국대학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미국 영리법인 대학들의 의도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대신문, 교육개방 무엇이 문제인가?, 2007년 04월 02일) 

'동등한 대우'라는 말은 대학 재단이 영리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 미국의 제도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차별없는 경쟁’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대학등록금의 고공행진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실제로 한미FTA로 인해 우리는 많은 제도를 고쳐야 하는 반면, 미국은 자기네 제도에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을 볼 때에 '동등한 대우'와 '차별없는 경쟁'은 '미국 교육기업'을 기준으로 삼은 말이 아닌가 합니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2006년 4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등교육에 있어서는 영리법인까지 개방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외국 교육기관들의 영리행위를 인정해주면 국내 사학자본들은 미국을 비롯한 외국학교들은 돈벌이를 하게 하면서 왜 국내 학교는 각종 규제에 꽁꽁 묶어 놓느냐는 불만을 터뜨릴 게 뻔한 일입니다. 정부는 차츰 외국의 수준에 맞춰 국내 규제를 풀어야 하는 것입니다.

 

대학 재단의 영리행위에 대한 규제 완화는 곧 세계에서 대학등록금이 제일 비싼 미국 영리 교육기업의 국내 진출과 맞물려, 한미FTA가 앞으로 대학등록금을 더 끌어 올릴 것이라는 걸 말해 줍니다. 이는 또한 국내 대학에도 영향을 미쳐 사실상 대학의 기업화를 촉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2004년 이래 물가상승률의 두배에 달하는 대학등록금의 고공행진은 한미FTA에 적응하기 위한 연습과 훈련이 아니었을까요? 문제는 한미FTA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연습과 훈련만으로도 많은 대학생들과 그 가족들은 벌써부터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허덕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대학등록금’에 따른 사회 혼란은 4년전 이맘때 대학생들이 ‘한미FTA 절대 반대’라는 구호르 내걸고 등록금 인상 반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는 점과 무관치 않습니다.

 

또한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서울대의 법인화는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닌 국립대, 그리고 사학에 이르기 까지 우리 고등교육을 사실상 기업화하기 위한 전초전이라는 서울대 학생들의 주장은 결코 빈 말이 아닙니다.

 

때문에 정부·여당이 한미FTA에 발맞춰 국립대 법인화를 계속 추진하는 한, 대학 등록금 인하를 위한 정부의 보조 확대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둔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부와 여당이 앞에선 정부 보조 확대를 통한 반값 등록금을 말하고, 뒤에선 한미 FTA, 그리고 이에 발맞춘 서울대의 법인화를 추진하는 실태를 볼 때, 정부의 대학지원 확대는 얼마지나지 않아 사라져 버릴 ‘신기루’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공교육과 고등교육, 그리고 유·초등 사교육과 성인교육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불어 닥칠 교육비 부담 급증현상까지 고려한다면, 한미FTA는 철회하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 아닌가 합니다.

 

지난 2007년 3월에도 대학생들이 떼를 지어 거리로 뛰쳐나와 대학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당시 대학생들이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경고하며, 등록금 인상의 주범으로 한미FTA를 지목한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2011-06-09 17;36;42.jpg

△ 지금이나 4년전이나 대통령 얼굴만 바뀌었을 뿐, 같은 구호에, 같은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학생들. 복지를 강화하고자 했던 노무련 대통령은 왜 어처구니 없는 선택을 했을까? [관련기사] 한-미 FTA, 외로운 대통령을 유혹했다

"교육 개방 강요하는 한미FTA 반대한다!"

 

서울역과 시청 앞 광장 뜨겁게 달군 3.30 전국대학생 공동행동. 전국대학생 교육대책위가 추진한 이 행사는 등록금 문제가 단순한 대학생들의 고민이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정부의 즉각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더불어 한미FTA 체결이 임박한 시점에서 교육 개방을 요구하는 한미FTA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다함께 대학생 모임’은 서울역을 출발하여 청계광장까지 이어진 퍼레이드 내내 “No No FTA"를 외치며 한미FTA를 강하게 반대했다. 이화여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행사에 참가한 성지현씨는 “한미 FTA 체결로 교육시장이 개방된다면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등록금도 경쟁적으로 치솟을 것”이라며 한미 FTA와 교육문제는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지역 대학생 연합 집행위원장 임지훈씨는 “현재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교육 개방 문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되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히 내포되어 있으며, 한미FTA 체결로 교육시장이 개방되면 우리나라 교육의 근본이 허물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기본적인 교육시장 개방은 이미 진행되고 있지만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시장이 이미 많이 개방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교육시장개방 관련 현안 조사 - 지난 4차 협상에서는 SAT와 원격교육개방 문제가 거론된 바 있다.) 부산대 사범대 학생회장 정혜원씨는 “SAT점수로 국내 대학 진학이 가능해지고, 미국에서 교사자격증을 딴 사람들이 제대로 된 검증절차도 없이 국내에 유입될 것이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우리나라 교육을 미국식으로 전환하려는 것은 위험하다”며 교육개방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현재 그는 전국대학생 교육공동행동 성사를 위한 단식 5일째이다.

 

전국대학생 공동행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등록금 문제를 비롯한 대학교육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이 한미FTA 체결로 인한 교육 개방을 우려하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해관계나 권력다툼을 떠나 진정으로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정부는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공립대학 학생들은 “국민의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국립대는 현 시점에서도 그 명목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국가의 공공교육기관의 성격을 완전히 탈피하는 법인화는 말 그대로 국립대의 사립화”라며 “국립대 법인화는 대학의 상업화에 기름을 부어 근본목적인 교육과 연구는 소홀해지며 하나의 기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교육을 붕괴시킬 국립대 법인화 입법 추진 즉각 중단 △공교육 재정기반 강화 △공교육 정상화 위한 폭넓은 의견 수렴, 올바른 교육정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5천여명의 대학생은 결의문을 통해 “등록금 문제를 비롯한 대학교육정책의 책임 당사자인 정부가 하루빨리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300만 대학생의 요구를 담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며 “부모님과 대학생의 등록금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의 상품으로 전락한 이 땅의 교육을 바로 세우고 교육의 공공성을 쟁취하기 위해 힘차게 나아갈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민중의 소리, 전국 대학생 5천여명, 등록금 인상 저지 공동행동, 2007.03.30.)

4년전에 “한미FTA에 얽매인 교육정책은 결국 크게 후회할 결과를 몰고올 것”이라던 대학생들의 우려는 잦아들기는 커녕 갈수록 오히려 더 커져만 가는 듯 합니다.

 

그 때 대학생들이 우려하던 대학등록금 1000만원은 이미 도래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서울대의 법인화는 국회의 날치기 통과라는 편법까지 동원해, 학교 구성원들의 거센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한미 FTA비준동의에 앞서 시간표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짧은 생각일지 모르나 개인적으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한 반값 등록금 논의를 보다는 우선 장학금 지원, 정부 보조 등을 강화해서 국립대의 등록금을 현재 수준보다 절반 이상 낮출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되면 사학 또한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보다 많은 장학금을 제공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실질적인 대학등록금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셈입니다.

 

사실 사학에 대한 정부의 보조는 그렇지 않아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쌓아 두고 있는 사학재단을 정부가 오히려 돕고 있다는 논란을 유발할 소지가 큽니다.

 

정부는 이런 비난에서 벗어나 과도한 예산을 들이지 않고서 국립대 지원을 통해서 지니치게 부풀어 오는 사학의 등록금 고공행진을 견제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생각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기초학문을 온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학 교육의 질 향상시킴과 동시에, 취업을 목표로 한 전문학교 또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대학의 인력 양성의 질을 논하기 이전에 직접 전문학교 운영에 참여해서 원하는 인재를 육성하고 고용과 연계할 수 있도록 한다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전문학교를 되살리고, 청년 실업문제 또한 함께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취업을 목표로 한 전문학교의 실용교육이 활성화화면 자연스레 4년제 대학은 이와 차별화하기 위해 교과과정을 더욱 고급화할 것 입니다.

 

우리나라 또한 유럽의 대학들처럼 학사과정을 3년으로 줄였으면 합니다. 교양과목이 너무나 많은 대학 1학년, 취업을 앞두고 사실상 수업이 없다시피한 4학년 2학기 등을 고려한다면, 교육과정을 손질해서 학사학위 이수기간을 충분히 3년으로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이것 만으로 대학등록금을 지금보다 25% 절감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앞당길 수 있다면, 청년들의 경제활동 또한 빨라질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는 산업인력 공급을 더욱 원활하게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위한 전제가 있습니다. 우선 국회가 서울대의 법인화법을 폐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미FTA비준을 철회해야 합니다.


첫번째 전제는 학생 교수 동문과 같은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이 심하고, 사학의 기업화를 견제한다는 한다는 명분도 있으니 국회가 실행에 옮기는 데에 큰 문제가 없을 듯 합니다.

 

두번째 전제 또한 수많은 독소조항들과 함께 잃는 것은 너무나 뻔하고, 얻는 것은 의문스러운 한미FTA는 철회하는 편이 더 나을 것입니다. 사회 여론 또한 굳이 한미FTA를 고집하지 않을 것입니다.

머리 짧은 글쓴이가 이글을 쓰게 된 동기는 '공공의 몫'을 사유화하고, 다국적 자본의 이익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한미FTA가 서민들의 나눠 가져야 할 몫을 가로채는 것을 넘어, '지식'마저 독점하는 횡포가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입니다.

 

글로벌 기업이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위에 군림하며 많은 사람들이 나눠야 할 공공의 이익을 사유화하고 백성들의 보호막이 돼야 할 국가를 서서히 해체해 나갈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그 문제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대안은 기업과 기술이 아니라 다름 아닌 '공익'과 '정의'를 두루 살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구조적으로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할 인재들이 제대로 배출되기 어렵다면, 다수의 약자들이 소수의 가진자 만큼 질높은 교육을 받고 지식을 습득하기 힘겨워 진다면, 젊은이들이 삶과 생명의 가치를 다루는 기초학문보다 초단기 목표에 급급한 물질 중심의 실용학문을 주입받는다면, 국가 공백 은 고착화 할 것이고, 나중에 가선 국가가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우려는 혼자만의 망상일까요?

"그동안 우리 사회는 너무도 기득권쪽에 치우쳐 있었다. 지금 한국 사회의 정의는 약자 편에 서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양극화가 심화한 나라들은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갔다"는 얼마전 안철수 교수의 인터뷰를 떠올려 봅니다.

 

Copyleft NewsKing.KR 2011. 6. 9. newsking@empas.com
facebook.com/newsking21 & @newsking21 on Twitter

 

P.S. 이런 사람들에겐 절대 표를 줘선 안됩니다.

 
대학등록금 문제로 말들이 많군요.

 

정치권은 정부의 대학지원을 대폭늘려야 한다고 떠들어댑니다. 그러면서 국가 고등교육 정책의 가장 우선이자 마지막 보루인 국립대, 그 국립대의 수장인 서울대는 법인화한답니다.

말 그대로 표(票)퓰리즘의 전형입니다. 

 

머리 짧은 내가 봐도, 이는 세상에서 가장 등록금이 비싼 나라와의 FTA, 즉 미국의 교육기업을 배려한 고육지책에 불과합니다. 

국립대는 사립대를 견제하며 교육의 질을 담보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고등교육의 혜택을 베풀기 위해 존재하는 ‘보루’입니다.

 

이들 국립대에 대한 질적인 지원을 강화하며,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 등록금을 과거처럼 사립대의 20%~30% 수준으로 낮추면 사립대 등록금은 당연히 내려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권이 예산의 어려움, 그리고 불필요하게 많은 사립대 지원을 운운하기 전에 국립대를 제대로 관리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런 유용한 정책카드를 포기하고 대학의 교육기업화, 반값 등록금을 운운하는 거짓말쟁이들을 더 이상 믿고 지지해선 안될 듯 합니다. 한 입으로 전혀 다른 말을 동시에 일삼는 모순을 또 용납해선 안됩니다. 

바꿔 말해서 한미FTA를 내심 동조하면서 민생을 말하는 파렴치한들에게 표를 던져선 절대 안될 것입니다.

출처 : facebook.com/newsking21

 

[관련기사] 전국 대학 동맹휴업 결정‥내일 대규모 촛불집회

[관련기사] 한미 FTA와 교육개방, 진실은 무엇인가

[관련기사] 한미FTA와 교육개방 무엇이 문제인가?

[한겨레사설] 한미FTA의 이익? 정부가 근거 대라

[현장르뽀] 전국 대학생 5천여명, 등록금 인상 저지 공동행동 (2007년 3월 30일 기사)

[참고글] 너무나 총체적인, 그리고 치명적인 한미FTA

Posted by ezfarm.kr

2010년 우리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래없는 큰 이익을 거둬들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각종 글로벌 경제지표 역시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지난해 지구촌이 판단한 우리 사회의 건강성은 예전보다 못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부분적인 언론 자유 국가로 강등된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사회의 건강함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나아진 대외 경제지표 만큼이나 양극화는 심화했습니다.

오늘 ‘트루맛쇼’가 상영 여부를 놓고 법원의 결정이 내려집니다.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국제영화제인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들이 뽑은 관객상을 받은 영화가 일반인들을 상대로 상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내외 영화 관계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그들은 아마도 얼마전 칸국제영화제에서 자전적 다큐멘터리 ‘아리랑’으로 ‘주목받을만한 시선상’의 수상을 앞두고 우리나라에서 영화감독으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눈물로서 일깨운 김기덕 감독을 다시금 떠올릴 지도 모를 일입니다.

속단하기 이르지만 과거 영상금지 가처분 신청 판례를 볼 때에 <트루맛쇼>가 법원에 의해서 실제로 상영금지 당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판결에 앞서 그동안 영상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례를 뒤져보니 수없이 많은 영화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가운데에서 실제로 영상 금지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성철스님의 일생을 다룬 영화 <성철>을 놓고 성철스님의 불교사상을 왜곡할 수 있다는 불교계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사례를 제외하곤 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살려 배려 한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물론 이해 당사자들간 협의를 통해서 부분적으로 수정을 거친 사례는 없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트루맛쇼> 원본 그대로 즐길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트루맛쇼>는 영상이 영상을 고발하는 특이한 구성으로 권력으로 자리한 방송사의 불편한 진실을 알렸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게 사실입니다.

이번 가처분 신청 또한 그동안 영상금지 가처분신청으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자 애써 온 공영방송 MBC가 오히려 1인 미디어의 영상에 대한 영상금지를 신청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사례로 받아들여 지고 있습니다.

영상이 영상을 고발하는 예사롭지 않은 영화, 그리고 언론의 자유와 알 권리를 내세워 온 방송사가 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이 선정한 영화를 놓고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려는 특이한 상황 만큼이나, 오늘 법원 판결에 대한 관심 또한 드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법원이 과련 1인미디어에도 거대 언론사에 버금가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인지 관심이 쏠립니다. 

2011-05-04 20;08;30.jpg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 그는 이번 MBC의 영상금지 가처분신청을 앞두고 "안진다"는 단호한 말로 심경을 대신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트루맛쇼>에 대한 MBC의 영상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판결은 ‘표현의 자유’로 일컬어 지는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트루맛쇼>의 상영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떠나, 공영방송 MBC가 들이 댄 ‘언론의 자유’에 대한 잣대와 마인드 또한 두고 두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 내릴 듯 합니다.

‘TV맛집’ 방송이 홍보대행사, 외주제작사, 방송사, 연예인, 음식점, 손님으로 가장한 이름없는 배우들이 등장하는 만들어진 사실이라면, <트루맛쇼> 또한 이를 감시하는 또 하나의 만들어진 사실입니다.

이 만들어진 사실들의 진위를 따지기에 앞서 사람들이 ‘TV맛집’을 아무 거리낌 없이 바라 볼 수 있었다면, ‘TV맛집’방송의 또 다른 면을 다룬 <트루맛쇼> 또한 관람할 수 있는 ‘자유’ 또한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런지요.

갈수록 팍팍해져 가는 우리 삶속에서 관객들이 ‘음식 소비자’가 아닌 ‘영상 소비자’로서 <트루맛쇼>를 즐기고, 느끼며,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해 보입니다.

Copyleft NewsKing.KR 2011. 5. 30. newsking@empas.com
facebook.com/newsking21 & @newsking21 on Twitter

Posted by ezfarm.kr

신연수 부장님 안녕하십니까? 지면에서 뵙고 몇가지 여쭙고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다름 아닌 지난 10일 동아일보 A35면 사설과 나란히 지면의 머리상자 기사로 실린 ‘농촌 퍼주기로는 발전 못한다’는 칼럼을 읽고 며칠간 고민을 거듭하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 것 같아 부족한 글 끄적이고자 합니다.

 

신 부장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농촌과 농업은 도시와 공업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같은 경제학이지만 농업경제학은 별도의 교육과정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루는 대상과 범위 또한 다릅니다. 금속, 화학물질과는 달리 살아 있는 생명이 주된 관심의 대상입니다.

 

생산현장도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기계장비들이 즐비한 공장과는 달리 하늘과 땅, 그리고 하천이 함께 하는 논과 밭이 생산품을 만들어내는 터전입니다.

 

물론 이런 차이를 놓고 신 부장께서 문제 삼은 특혜(?)의 타당성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도 수많은 공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삶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자동차, 전자제품, 생필품 등 상품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선 굴삭기, 트럭 등이 동원돼 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내고 있습니다.

 

같은 시간 농촌에선 농부들이 논과 밭에서 농산물을 키우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사람들의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함입니다. 각기 다른 분야이긴 하지만 이들 모두가 우리 국민들의 안락한 삶을 위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산업중에서도 유독 농업은 일반적인 경제논리로만 풀어가는 것이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생산수단과 생산물이 다르기도 하지만 그 쓰임새면에서 너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편이 뒤따르겠지만 자동차나 휴대전화가 없어도 살아가는 데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런데 먹을 게 없어진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삶이 고단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먹기가 어려워 진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인 것입니다.

 

지구촌 나라들을 살펴보면 경제력과 식량생산기반은 거의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식량생산기반 유지에 지나치게 민감한 탓에 필요 소비량보다 더 많은 생산기반을 유지하는 나라들이 바로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일컫는 나라들입니다.

 

농업이라는 것이 변화무쌍한 자연에 의해 좌우되다 보니 생산량이 넘치는 데에도 생산여력은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입니다. 그래서 선진국들이 선택한 대안은 상대국 식량시장의 개방이었습니다. 농업경제학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NTC)은 농산물을 교역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은 자국의 식량안보 차원에서 다른 나라 식량창고를 넘보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미국 곡물메이저의 하나인 ‘카길’의 구상은 이런 선진국의 이해와 맞물려 UR에 이어 WTO의 출범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FTA를 도모하는 원동력으로 자리합니다.

 

다른 나라들의 식량창고를 넘보려니 당연히 아직 농업기반이 취약한 나라들의 생산기반 조성에 대한 투자를 막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WTO에선 정부가 생산과 관련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도록 차단합니다. 대신에 친환경직불제라는 또 다른 농업보조금 지급의 여지를 열어 뒀습니다.

 

그 결과 WTO출범이후 선진국들의 농업보조금 지출 규모는 오히려 불어났고, 농산물 수출 길을 열어 남는 식량 재고를 처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생산면적과 사육마리수를 줄이는 대신 친환경직불제라고 해서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가축이 사라지고 작물을 재배하지 않는 땅을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용도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언제 기상여건 악화와 같은 긴박한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2011-03-13 19;34;09.jpg

2011-03-13 19;34;36.jpg

2011-03-13 19;34;49.jpg

▲ 지금은 종영된 MBC국제시사프로그램 W에서 2008년 방영했던 세계 식량위기 특집편의 한장면.jpg

▲ 지금은 종영된 MBC국제시사프로그램 W에서 2008년 방영했던 세계 식량위기 특집편의 한장면


이 나라들은 두 차례에 걸친 세계전쟁을 겪으면서 식량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 전쟁에서 이길 수도 없으며, 나라마저 무너진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구 소련의 붕괴 역시 먹거리 문제에서 비롯했습니다. 굶주림에 지친 농민들이 봉기할 때마다 나라의 운명을 달리해야 했던 지나(CHINA,支那) 역시 식량 자급자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오늘날의 성장을 이뤘습니다.

 

오늘 날 북아프리카와 중동 일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스민 시위 역시 본질은 굶주림에 있습니다. 기상이변에 따른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이런 굶주림을 더욱 자극하고 있습니다. 지금 자스민 시위는 3~4배 가량 치솟은 식량을 사들일만한 여유를 지니지 못한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가리켜 식량혁명이라고 말합니다.

 

부동산 자산가격 급락으로 인해 설 땅을 잃은 미국의 금융자본은 식량 생산이 날이 갈수록 여의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국제곡물시장으로 이동합니다. 이후 2003년부터 국제곡물가격은 급등세로 돌아섭니다. 금융자본이 벌어들인 수익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미국의 수많은 인공위성들은 지금도 전세계 곳곳을 반경 100m에 이르기까지 세밀한 사진을 찍어대고 있습니다. 군사 또는 기상관측 목적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찍은 사진은 다양한 분석을 가능케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작물 생육상태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학적인 곡물수급 추정은 헐값에 곡물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다시 그 나라에 수입때 보다 3배 높은 가격으로 되파는 놀라운 상술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현재 전체적인 식량자급율은 25%선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쌀을 제외한 나머지 식량의 자급율은 5%에 불과합니다.

 

비관적인 시나리오이긴 하나 지진으로 인한 세계 최대의 채무국인 일본의 재정난이 더욱 악화하고, 엔화와 더불어 CHINA의 달러화 투매 등이 어우러져 최악의 달러화 가치 하락사태를 맞을 경우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 식량을 사들여야 하는 우리나라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지난 1980년대초 냉해로 인해 쌀을 수입하려 할 때에 국제 곡물메이저가 시세보다 3배 이상 높은 값을 요구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던 일을 떠올려 볼 때, 식량사정 악화는 세계경제 혼란과 맞물려 우리 사회를 흔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CHINA 또한 기상이변으로 식품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앙등에 따라 20%에 달하는 임금 인상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우리가 원할 때 언제든 CHINA로부터 식량을 도입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에 가까워 보입니다.

 

미국이 한미FTA를 진행하면서 가장 민감했던 분야는 다름 아닌 쇠고기였습니다. 그들이 쇠고기를 팔아 이득을 챙기려 한 것일까요? 다름 아닌 축산기반 유지를 위한 안정적인 수급 조절의 도구를 챙기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들에겐 식량생산기반이라는 것은 국방과도 다름없는 신성 불가침의 영역입니다. 유럽이 WTO 패소와 미국의 보복 무역을 불사하면서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틀어 막았던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농촌이 없는 나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자국 국민을 먹여 살리는 농부들에 대한 사회적인 대우 또한 각별합니다.

 

이제부터 신 부장님의 기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해 볼까 합니다.

 

신 부장께선 기사 머리에 “매몰한 소나 돼지 값을 시가로 보상해준다고요? 사업하다가 운이 나빠 부도나면 정부가 세금으로 보상해 주나요?” 라는 의문을 달았습니다.

 

신 부장께선 여러 산업을 두루 취재하고 생생한 뉴스를 전달하니, 공공재 성격이 강한 재화나 산업이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 정부는 금융산업을 살리기 위해 16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습니다.

IMF 외환위기는 금융시장 변화에 따른 정부의 발빠른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우리 금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에서 보다 직접적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취약한 금융기업의 경영시스템은 외환위기 앞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갔습니다.

 

당시 정부가 공적자금 160조원 이상을 금융산업에 투입해야 할 당위성은 무엇이겠습니까? 그대로 방치했다간 경제는 몰론 국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닌지요?

 

구제역 위기는 축산업을 영위하는 농업인들의 위기만이 아닙니다. 본래 돌림병이란 것이 사람들이 조심한다고 피해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개인의 자산인 가축을 강제로 매몰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를 방치해서는 국가적인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국가적인 손실을 막기 위해 개인의 자산을 강제로 매몰해야 했다면 정부가 손실액을 보상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리고 구제역의 원인을 해외여행 다녀온 축산농업인들에게 돌리는 것 또한 지극히 비상식적인 얘깁니다. 정부가 짊어져야 할 국가 방역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힘듭니다.

생명이라는 것이 사물을 다루는 과학처럼 일정한 결과 값을 구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듯이 돌림병의 원인을 정확하게 지목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런 일도 없습니다.

 

실제로 국내 수의학자들은 구제역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추론만으로 특정 개인에게 구제역 사태의 원인을 묻는 것은 당사자에겐 사망선고에 가까운 일입니다. 특히 지역사회에선 더더욱 그렇습니다.

정부가 특정 축산농업인을 구제역의 원인인양 몰아가면서 지역사회에선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씨족간 대립과 갈등이 격화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아이가 돌림병에 걸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는데 그 부모에게 왜 예방을 하지 못했냐고 역성을 내고, 아이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참고로 우리나라에선 매년 크고 작은 가축질병이 발생해 왔습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정부가 나서 질병의 원인을 두고 개인을 지목한 일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그럴 수 있는 과학적인 명분과 당위성이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구제역 사태를 두고 농가의 방역의식 운운하는 것은 국가방역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지극히 비상식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 부장께선 농촌 출신, 마음의 고향, 대학시절 농활 등을 거론하면서 농민은 언제나 감싸줘야 할 대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의 노고가 있기에 국가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닐 수 있는 것입니다. IMF시절로 돌아가서 치솟는 물가에도 불구하고 당시 주요 식품 값은 안정적으로 유지됐습니다. 반면 농업인들은 다소 낮은 소득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때 우리가 국난을 헤쳐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농촌을 지키며,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한 '농업인'입니다. 실직과 사업실패로 인해 살아갈 능력을 상실한 많은 도시 사람들이 농촌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몇 년 뒤에 다시 도시로 돌아가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선진국 국민들은 정치인, 기업인, 엔지니어, 학자, 기자 등 분야와 지위를 막론하고 자국의 농업인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뜻을 표시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들이 있기에 나라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오늘도 좋은 먹거리를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나눌수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휴일이나 휴가때 늘푸른 산과 강이 함께 하는 농촌은 도시 삶에 찌든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경관과 자연을 선사하는 안식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과 학습지에 지친 아이들에게 늘푸른 자연과 생명은 올바른 먹거리 습관과 녹색성장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창의적인 교육의 장을 베풀고 있습니다.

 

신 부장께선 농업인과 도시민의 소득을 빗대어 마치 농업인에 대한 지원이 가당치 않은 것처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가지 착오가 있습니다. 40~50대 농업인의 소득을 4,300~4,400만원이라고 밝히면서 2009년 도시근로자 소득인 4,603만원보다 거의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40~50대 도시 근로자 소득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40~50대면 교육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이 돈으로 자녀 대학등록금에다 하숙비 대는 것도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더구나 농업인의 소득을 따질 때 직장인들과 같이 임금을 기준으로 명확하게 산출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농업소득은 사료비, 종자비와 같은 영농 자재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를 소득으로 일컫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건비, 감가상각비, 이자비용 등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IMF때 160조원에 달하는 국민의 혈세를 집어 삼키며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국부유출 논란을 불러 일으킨 금융기업들은 최고의 연봉을 자랑하는 인기 직장으로 계속해서 자리매김 해오고 있습니다. 이것이 정의로운 것 인지요? 왜 이런 일은 그리 문제삼지 않는 것인지요?

 

만약 농업소득이 도시 직장인들에 비해 손색이 없다면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왜 드물겠습니까? 더구나 도시 일에 비해 더 쉽고 전망이 밝다면 지금처럼 농촌의 인력이 심하게 줄어들겠습니까? 지금 40~50대 중장년층이 전체 인구의 20%에도 이르지 못하는 마을이 비일비재 합니다. 어린이 또한 찾아보기 힘듭니다. 60대 어르신이 청년회장을 도맡고 있는 마을 또한 수를 헤아릴 수 없으며, 10년이 더 지나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마을들이 수두룩 합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우리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를 보장하는 농업인을 육성하고 지원해야 하는 일을 온 국민의 소망이자 국가적인 과제가 아닐런지요?

 

신 부장께선 2001년 쇠고기 시장개방이후 한육우 쇠고기 시장규모가 2배이상 팽창했으니 보호나 지원보다는 시장개방을 통한 경쟁력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맞습니다. 요즘 농촌에서 시장개방을 운운하며 열을 올리는 농업인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미 빗장은 풀릴 데로 다 풀렸습니다. 이제 마지막 보루인 쌀시장 마저 내놔야 합니다.

지금도 우리 쌀이 남아돌건 말건간에 의무적으로 일정량을 들여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쌀 수급에 많은 부담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신 부장께선 1995년 1조7,756원이던 국내 한육우 생산액이 2009년 4조948억원을 늘어났다고 말합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실질 GDP 역시 539조원에서 1063조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쇠고기 소비가 불어난 GDP에 편승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지요?

 

더구나 소의 생산비 가운데 송아지 값을 제외한 나머지 60~70%는 사료비가 차지합니다. 이 시기에는 국제곡물가가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쇠고기 생산비가 몇 배는 올랐을 것이고, 쇠고기 값도 덩달아 오를 수 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1299812298081.jpg

쇠고기 시장개방이 우리 한육우 산업을 성장시킨 동력이 됐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우리 쇠고기 시장이 개방된지 얼마되지 않아 광우병으로 인해 호주산과 시장을 나눠 갖던 미국과 캐나다산 수입이 중단됩니다. 쇠고기 수입량이 줄어들자 당연히 한우고기 수요가 많아졌고 생산기반이 더 확충되는 특수한 사례를 낳았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지 2년가량 지난 지금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크게 늘었고, 구제역으로 전체 사육마리수의 6%에 달하는 한우가 땅에 묻혔건만 산지 한우 값은 오히려 내리고 있습니다.

 

쌀과 함께 우리 농촌을 지탱하는 한 축인 한우사육을 통한 소득 창출이 예전보다 못하다는 얘깁니다. 이는 바로 미국산 수입 재개와 맞물린 결과입니다.

 

쇠고기 시장개방이 우리 쇠고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규모를 더 키웠다는 것은 이런 이유로 인해서 보편화하기 힘든 논리인 것 같습니다.

 

신 부장께선 기사 말미에 ‘보호와 지원만이 능사가 아니다. 농촌이 더 강한 경쟁력을 갖도록 이젠 농업정책의 틀을 바꿀 때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0.2%의 대기업들이 전체 기업들의 이익중 63%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이는 60~70년대부터 시작한 대기업과 중공업, 그리고 수출 위주의 불균형성장에 따른 부작용입니다.

정책적인 배려를 통해 성장한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하청삼아 양극화를 부추겼습니다. 그리고 자동차의 오른쪽 문을 조립하는 정규직은 350만원, 왼쪽 문을 조립하는 비정규직은 150만원이라는 사내 하청을 통한 왜곡된 소득분배 구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런 왜곡된 시장경제의 소득분배는 먹거리와 맞물려 새로운 정치, 사회 문제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먹거리 걱정 없이 잘 산다'는 우리나라에선 매년 100만명의 학생들이 굶주리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자니, 다른 쪽에선 '포퓰리즘'이라 비난합니다.

 

식량을 둘러싼 국제 사회의 현실 또한 왜곡된 분배라는 점에서 닮아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 인구는 60억명, 농업생산량은 120억명 규모입니다. 이럼에도 식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나라들이 매년 늘어나 굶어 죽는 사람들 숫자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비교우위론은 생산성이 높은 부문은 과감하게 육성하고, 그렇지 않은 부문은 버려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논리는 개발도상국들에겐 그럴싸한 얘기였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보다 잘 살기 위해 농업을 뒤로 제껴두고 경쟁력 높은 중공업 위주의 경제성장에 치중했습니다. 생산성이 높은 쪽을 선택하고 집중 육성해서 수출을 늘려 보다 많은 부를 창출하고, 부족한 식량은 사다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식량공급 여건은 갈수록 나빠졌고, 나라 사정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형편이 낫긴 하지만 우리나라 또한 이런 모순으로 부터 언제나 자유로울지 의문입니다.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불균형 성장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이후에 특정 산업에 집중된 정책 지원에 따라 피해를 감수해야 했던 산업과 계층을 지원한다는 전제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UR, WTO, FTA를 비롯해 마늘과 휴대폰을 둘러싼 CHINA와의 협상에 이르기 까지 그동안 다른 산업을 위해 희생을 떠안기만 했던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지원을 통한 식량기반 확충은 아랑곳없이, 이제 와서 시장경제 논리에 입각한 '경쟁'을 요구합니다. 이게 앞뒤가 맞는 말인지요?
 
이제야 말로 그동안 비교우위에서 언제나 뒤로 밀려야 했던 농업을 되살리고, 불균형 성장정책의 전제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획기적인 농업정책의 틀을 새로이 짜야 할 때가 아닌지요?

 

많은 사람들이 국가의 논리와 기업의 논리를 헷갈려 하는 것 같아서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국가는 기업과 달리 이익이 높은 쪽만 계속해서 투자를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도 안될 일입니다.

 

기업이 직원들을 위한 안정적인 먹거리 공급과 질병으로 부터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나 국가는 국민들을 위해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돌림병을 차단해야 하는 책무가 있습니다. 국가를 경영하는 정부가 이익 보다는 지출이 많고, 경제성장과 물가관리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로 국민의 먹거리와 질병을 시장과 민간에 맡겨 놓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신 부장께선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중 하나로 손꼽히는 언론사의 산업부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습니다.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것 만이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사를 일일이 챙기는 역할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잘 짜여진 글 솜씨에 이끌린 정책 당국자가 내용을 따져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 식량생산 기반이 위축되고, 훗날 후손들이 이로 인해 먹거리 문제로 시달린다면 이를 어찌 하겠습니까?

 

이 글을 쓰는 것은 우리 농업에 대한 이해와 도움을 부탁드리고자 함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는 식량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 문제의 심각성과 우리의 대처역량을 살피고자 합니다.

 

지금 정부는 일본의 재앙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문을 보니 다행이 피해를 입은 지역이 농촌이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농촌의 파괴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원전사태는 식량 생산에 치명타를 입히는 방사능을 곳곳에 뿌려대고 있습니다.

 

반면 土建에서 참패를 겪은 뒤 국제곡물시장에 돈을 쏟아 부은 미국 금융자본, 그리고 곡물메이저들은 미소를 머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본의 식량기반인 농촌이 파괴됐고, 원전의 방사능 유출은 식량공급에 치명타를 가할 겁니다.

 

원전시설이 핵폭탄을 돌변할 때 당장의 피해도 문제지만, 그 이후에 닥치는 식량기반의 황폐화가 더 큰 문제라고 봅니다. 이게 회복이 가능할런지 의문입니다. 방사능에 노출된 땅에서 자라난 동식물을 먹은 사람들이 과연 괜찮을까요? 영원한 회복의 걸림돌로 남을 공산이 큽니다.

식량자급률 40%의 식량 수입대국인 일본은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고, 가뜩이나 기상이변을 틈타서 급등하고 있는 국제 곡물가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겁니다.

뿐만 아니라 재난 복구에다 식량조달을 위해 일본이 전세계에 흩어진 채권 회수에 나설 경우 세계 금융 또한 요동칠 공산이 큽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CHINA의 식량공급 위축 또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20%에 달하는 임금인상을 초래한 식품값 폭등이란 숙제를 떠안고 있는 CHINA가 달러를 풀어 일자리 보장을 위한 두자리수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밖에서 식량을 들어오려 한다면 달러화 가치 폭락이 본격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우리 경제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입니다.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은 우리를 더 옥죄고 있습니다. 과연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 5%의 식량부족국가인 우리나라의 위기 대처역량은 충분한 것일까요?

 

지금도 한국은 반도체 수출을 통해 얻은 수익 전부를 식량을 사다먹는데 온전히 쏟아붓고 있습니다. 한 번 잃어버린 식량생산기반은 복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식량을 외국에 의존해 온 나라가 식량수입의 늪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힘겨운 일입니다.

 

일본 원전사태는 일본 현지는 물론 CHINA에서 식품사재기 현상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벌써 식량위기가 들이닥친 듯 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다분해 보입니다.

 

중동의 자스민 혁명을 불러 일으킨 주범으로 꼽히는 식량난이 올해 동아시아에서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20%에 이르는 임금 인상을 초래한 CHINA의 식품값 인상, 300만명의 떼죽음을 불러 올 수 있다는 북한의 식량난, 그리고 일본 원전 방사능 유출이 불러 온 식품 사재기 현상과 식량생산기반 훼손 등이 그 빌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충분한 대처 능력을 갖췄을까요?

과연 지금 온 국민의 먹거리를 감당하고 있는 우리 농민, 농촌, 농업에 ‘경쟁’을 요구할 만큼 식량생산기반 확충에 만전을 기해왔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과거 국가농업예산 몇 년치를 더한 것을 두고, 마치 새로운 재원을 마련한 듯 45조원, 100조원을 내세우면서 농업부문의 투자를 과장해 왔던 우리 정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정부가 부풀린 농업예산가운데 복지, 건설쪽으로 투입된 예산을 제외하고, 끌어들인 농협 돈을 고려한다면 실제로 정부가 농업 생산기반에 얼마나 투자를 했는지 의문스럽기만 합니다.

 

정부는 수십조원을 투입해서 당초 농업용지로 쓸 목적으로 개발한 새만금 간척지의 70%를 국제도시, 레저시설로 활용한다면서 10조원을 더 들인다고 합니다. 인천 송도신도시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실정을 볼 때에 투자의 효율성이 의심스럽습니다.

 

눈앞에 둔 기상이변과 식량위기, 그리고 통일을 준비한다면 당초 새만금 간척지 조성의 취지를 살려 농업생산기반 확충쪽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닌지요?

 

우리 국민의 생명을 담보할 수 있는 농업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 판단과 예산 지원은 우리나라에선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하는 조바심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P.S. 1990년대초 UR협상에 반대하는 농민시위를 우호적인 관점에서 보도한 언론은 한겨레, 동아일보 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경향신문과 동아일보가 그 자리를 맞바꾼 것 같습니다. 두서 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신데 감사드리며, 재미있는 영상을 하나 소개 합니다.

 


▲ 지난 2006년 EBS에서 방영한 영상입니다. 우리나라가 지닌 국가 위기대처능력의 취약성을 한 눈에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Copyleft NewsKing 2011. 3.19. newsking@empas.com
facebook.com/newsking21 & @newsking21 on Twitter
-----------------------------------------------------
[오늘과 내일/신연수] 농업, 퍼주기로는 발전 못한다

 

“매몰한 소나 돼지값을 시가로 보상해준다고요? 사업하다가 운이 나빠 부도나면 정부가 세금으로 보상해 주나요?”

어느 중소기업인들의 저녁자리는 구제역 얘기가 나오면서 냉랭해졌다. 처음엔 ‘구제역이 빨리 끝나야 한다’며 걱정하는 말이 이어지다가 화제가 보상금에 이르자 의견이 찬반으로 갈렸다.

전염병은 천재지변에 가깝고, 보상을 안 해주면 신고를 안 할 수도 있으니 제대로 보상해줘야 한다는 사람이 한편이었다. 다른 편에선 소 돼지를 수백 마리 키우는 기업형 농가에 대해서도 100% 보상해줘야 하느냐, 구제역 감염에 대한 농장주의 책임을 더 엄격히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의견이 강했다.

구제역, 정부만 탓할 수 없다

결국 결론 없이 모임은 끝났다. 이번 구제역을 겪으며 달라진 풍경이다. 농민이나 농업에 대해 이처럼 비판적인 분위기를 전에는 본 적이 없다.

그동안 도시인들에게 농촌은 마음의 고향이었고, 농민은 언제나 감싸줘야 할 대상이었다. 우리들 대부분이 농촌 출신이거나 어렸을 적 친가나 외가 시골 마당에서 뛰어놀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농촌으로 봉사활동을 가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농촌의 가난’을 끊어낼 방안을 토론하며 밤새운 경험이 없는 중장년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후 2000년대 후반까지 농산물 시장 개방과 보상을 둘러싸고 농민과 시민단체들의 도로점거, 농성시위가 이어질 때도 동정론이 강했다. 농업에 관한 한 농민은 항상 선(善)이고 정부나 외국은 악(惡)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방역작업을 하다 순직한 공무원 8명, 지금까지 직접 피해액만 3조원, 도살처분한 가축 340여만 마리, 게다가 아직은 피해 규모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환경 재앙…. 이런 사상 최악의 구제역이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축산농가에서 시작됐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부터다.

지난해 5∼11월 해외를 다녀온 축산 관계자는 2만6000여 명, 이 중 9400여 명이 신고도 하지 않고 검역도 받지 않았다. 일부 농장주는 축사에 들어가면서 소독도 제대로 안 했다고 한다. 구제역 발생 신고를 늦추거나 매몰처분한 가축 수를 부풀렸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물론 이런 도덕적 해이를 보인 농가는 극히 일부일 것이다. 대부분의 농가는 죽을힘을 다해 방역을 했지만 불가항력적인 역병에 자식 같은 가축들을 잃고, 생계 수단마저 잃었다.

그럼에도 이번 재난을 보는 국민의 시각은 예전 같지 않다. 구제역 확산의 책임으로 정부의 어설픈 대응과 함께 농가의 방역의식을 문제 삼는 것이다.

농촌에 대한 미신에서 벗어나야

그러고 보면 아직 많은 사람이 농촌에 대한 미신에 사로잡혀 있는지 모른다. 몇 가지 사실을 보자. 농촌은 도시보다 못살까? 2009년 도시근로자 소득은 연평균 4603만 원. 농가소득은 3081만 원으로 도시의 70%에 불과했다. 그러나 70, 80대 노인을 뺀 40, 50대 농민의 소득은 4300만∼4400만 원대로 도시근로자와 비슷했다.

강원도에서 농장 8개를 ‘경영’하는 한 농가는 이번 구제역 보상금으로 111억 원을 받게 되고, 경북 안동의 형제 농장주는 155억 원을 받을 예정이다.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면 우리 농민이 다 망할까? 2001년 쇠고기 수입 개방 이후 국내 한우와 육우는 품질이 좋아지고 값도 비싸졌다. 쇠고기 시장은 두 배로 커졌다. 1995년 1조7756억 원이던 국내 한·육우 생산액은 2009년 4조948억 원으로 늘었다.

농촌은 지금보다 더 잘살아야 한다. 다만, 보호와 지원만이 능사는 아니다. 농촌이 더 강한 경쟁력을 갖도록 이젠 농업정책의 틀을 바꿀 때가 되었다.

신연수 산업부장 ysshin@donga.com  동아일보 2011-03-10 03:00:00
Posted by ezfar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