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FTA를 바라보는 발칙한 상상
한호주 FTA 협상 타결의 또 다른 흥미거리는 호주가 한미FTA수준의 ISD를 받아들였다는 보도다. 협정문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면밀하게 따져보지 않는 이상 한미FTA수준이라고 해서 한미FTA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조건이라고 속단하기 힘들다.
만약 보도에 나온대로 그것이 한미FTA의 ISD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면 호주가 TPP 탈퇴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든다.
그 이유는 외자유치에 민감한 자원의 나라인 호주가 ISD를 동원한 다국적 자본의 폐해를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도 호주는 한국과의 FTA를 포기하면서도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ISD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호주는 한국 쇠고기 시장을 미국 캐나다에게 다시 내어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 TPP를 포기하는 깜짝쇼를 벌일 수 있다고 본다.
호주의 TPP 포기는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일본이 참여하는 TPP속에서는 호주와의 FTA를 통해서 얻은 이익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일 경제 구조상 일본과의 FTA보다 더 높은 수준의 TPP는 일본에게 유리한 고지를 넘겨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날선 지적이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종미주의자인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은 이런 점들까지 모르쇠하며 농업부문은 문제가 없고, TPP에 참여하지 않으면 오히려 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전문가들과 정반대의 얘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했다. 그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종미주의자 내지는, 매판자본 로비스트로서의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런 한덕수 인터뷰 기사가 모든 신문에 도배하다시피 보도됐다. 개인적으로 이는 협회 광고를 동원한 자가발전이길 바란다.
호주는 이미 국내 외국산 쇠고기 시장의 60%를 지배하고 있으며 호주산 쇠고기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그러나 호주산 쇠고기 는 미국산과 비교할 수 없지만 '청정'이란 이름을 붙이기엔 무색한 농약 사용, GMO곡물 개발 등과 같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장기적으로 한우 사육방식을 개선한다면 충분히 차별성을 지닐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명하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현명하다면 TPP를 견제하기 위해 참여국가들과 FTA를 체결한다고 할지라도, 과도한 TPP 입장료와 중국과의 관계를 껄끄럽게 만들 TPP로 부터 빠져 나올 것이다.
미국의 통상협상단이 TPP입장료로 쌀시장 개방과 쇠고기 시장 추가개방을 요구했다면 그것은 바뀌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들은 주어진 매뉴얼 안에서 같은 말을 반복할 뿐, 매뉴얼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 사정을 말해도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은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지 의리나 관계를 따지며 강대국 사이로 겁 없이 비집고 들어가 샌드위치속 패티를 자초하는 것이 아니다. 눈치를 봐서도 안된다. 그래선 실리는 커녕 말도 제대로 나누기 어려워 질 것이다.
무엇보다 생떼를 쓰고 억지를 부려서라도 친환경 학교급식 만큼은 어떻게든 우리 농민들의 몫으로 남겨두기를 원한다. 대통령이 나서 친환경 학교급식을 삭감하고, 친환경 농산물의 학교급식 사용을 줄이는 지자체나 교육청을 따끔하게 나무라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취임이후 박 대통령의 행보를 볼 때에 이런 낙관론은 절대 금물이다. 그 이유는 박 대통령이 보여준 철도 민영화 추진, 그리고 전교조와 진보당에 대한 꽉 막힌 태도에 있다.
종북만을 외치는 고지식한 그는 전혀 영리하지 않았으며,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에도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박창신 신부의 대통령 퇴진 미사에 대해서도 초조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런데다 밀실 행정으로 일관하는 그에게서 민주주의에 대한 소양도 느낄 수 없었다. 미국이 보란듯이 자주국방을 외치며 핵개발을 운운하던 독재자의 배짱마저도 느낄 수 없었다.
어쩌면 박 대통령은 한국의 쇠고기 시장을 챙긴 호주가 닥칠 위험을 피해 TPP를 떠나는 기지를 발휘한다고 해도, 오히려 호주를 향해 미국의 품으로 돌아오라며 손짓할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동시 다발적인 FTA모험을 벌이면서 미국을 대신해 한미FTA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ISD를 TPP참여국에 전염시키고 미국의 과도한 TPP입장료를 숙명처럼 받아들인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을 이끄는 지도자라기 보다는 미국의 악역을 대리하는 팍스아메리카 제후국의 영주에 불과함을 만방에 입증해 보이게 될 것이다.
지금은 농업을 아끼는 대통령이 절박한 때
대통령이 진정 강대국에 둘러쌓인 이 나라를 슬기롭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면 지금같은 상황속에선 시장개방에 맞서는 진보당과도 보이지 않는 다양한 협력을 도모할 게다.
때로는 여론이 그에게는 불리하게 전개될 수 있으나, 지금 국내에서 TPP를 반대하는 여론 만큼 국가외교적인 선택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카드도 없다.
그리고 나라를 다스리는 이는 전후방 연관효과가 어느 산업보다 큰 오래된 미래산업인 농업에 대한 지식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 설령 신변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할지라도, 군사안보와 먹거리안보 마저 내주는 지도자가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국가기반마저 상실한 그런 나라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요구하고 후손에게 어떤 굴욕을 가져다 줄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바쁠 때 일수록 시간을 두고 농식품부 장관과 격없이 대화를 나누며 외국에서 말하는 농업의 범위, 그리고 농업연관산업(Agribusiness)의 고용창출 효과가 다른 산업과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지 경청했으면 한다. 요즘 대통령이 밀어 부치는 일을 보면 농식품부 장관의 의견을 묻기나 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라면 농민 농촌 농업이 스러지면 앞으로 닥칠 질병의 증가로 인해 국가 의료보험 예산이 얼마나 늘어날지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기초산업인 농업의 위축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지우고, 국가가 짊어져야 할 도시문제를 유발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친환경 학교급식이 곧 복지이자 농업이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나서는 출마자들에게 친환경 학교급식에 대해선 절대 물러나선 안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통상협상에서 쇠고기 시장을 내주기 전에 왜 지금의 축산물등급제는 바뀌어야 하는지, 한우를 왜 작게 키워야 하며, 왜 지역별로 풀사료 공급시설을 운영해야 하는지, 왜 배합사료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지, 겨울철 빈 논에서 사료작물을 가꾸는 농민들에게 왜 보상을 해야 하는지, 생명다양성에 기반한 우리 고유의 한우 유전자원인 칡소, 흑우, 백우 등의 보급이 왜 필요한지, 왜 한국판 GMO곡물 개발과 수출이 득보다 실이 많은지, 적어도 2007년까지 착실하게 준비돼 온 친환경 축산 정책이 왜 아직까지 시범단계에 머물며 유명무실해 졌는지, 한우가 사라지면 왜 쌀 생산도 차질을 빚는 지 살폈으면 한다.
나는 내 아이들이 지구촌에서 가장 악랄한 고리대금업자들이 만든 굴레에 갇힌 제후국에서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겼던 미국산 젖소 암소고기가 머지않은 장래에 아이들의 생명을 단축하는 비극이 벌어지지 않기를 고대한다. 더 이상 정부가 미덥지 못해서 주제넘게 나라 일로 밤잠을 설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생명을 이어준 농부를 존중할 줄 모르는 배은망덕한 사회
우리 땅에 나라가 들어서기 전부터 선조와 함께 해 온 농업은 한덕수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경쟁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한강의 기적만 우리의 저력이 아니다. 이렇게 까지 헤꼬지를 했는데도 버티고 있는 우리 농촌이 바로 ‘기적’이 아닌가. 드러나지 않은 농업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대하며 온 나라 구석구석 농업이 스며들지 않은 곳이 없다.
여태까지 수십년간 일방적인 희생을 감수했음에도 오늘날 농업이 꿋꿋이 살아남은 것은 우리 농업의 저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농업만큼 많은 희생을 감당할 수 있는 산업이 우리에게 있냐고 묻고 싶다. 농부들의 정성을 먹고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돈 몇푼 가지고 경쟁력을 따지지 않았으면 한다. 어찌 생명의 은인을 돈에 빗대어 가벼이 여길 수 있으랴. 우리나라 사람 치고 시골 농부의 도움없이 삶을 영위하는 이가 없다. 우리나라 산업치고 농업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지 않는 산업이 없을 정도다.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농부들이 웃는 세상이 많은 백성을 위한 행복한 세상이며, 그것이 곧 선진국임을 마음깊이 간직하기를 원한다.
부질없는 생각일지는 모르나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이 종북주의자라고 일컫는 농업에 우호적인 이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스마트한 언행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카메라 앞에서 빛을 발하는 탁월한 패션 감각에 뒤처지지 않는 센스를 접했으면 한다.
덧붙여 요즘같은 상황속에서 지도자들이 언론과 인터뷰할 때에,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 농산물’이나 ‘경쟁력 제고’같은 표현은 쉽게 꺼내지 않았으면 한다. 그 뜻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농촌의 현실을 살피지 못한 그런 말을 듣고 울화통이 터지는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일방적으로 패놓고 “힘을 길러라”고 하면, 누가 그 뜻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겠냐는 말이다.
"쌀을 뺀 나머지 모든 농축산물이 지금까지 했던 FTA 그리고 앞으로 하게 될 FTA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제대로 농사지을 품목들이 거의 안 남게 되고요.“
지난 8일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얼마전 YT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 한마디로 우리 농업은 반신불구가 된다는 얘기다. 쌀만 가지고 먹고 살수 있는 농민들이 몇이나 될까? 농민 농촌 농업이 반신불구가 되면 그나마 짓던 쌀농사는 온전할까? 그 다음엔 부족한 쌀마저 중국 미국 동남아 호주 캐나다 등이 메우려 할 게다.
한우가 사라져 한국의 곡물 수입이 줄어들면, 미국 물신의 동생인 곡물메이저는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쌀을 집중 공략할 것이다. 이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그렇게 되면 이 나라는 안보주권에다 식량주권마저 상실한 반신불구의 나라가 될 것이고, 궁극에는 미국을 닮은 돈을 위한, 돈의, 돈에 의한 나라가 될 것이다.
사랑없이 이 넘 저 넘 몸을 섞어, 생명 자유 정의를 저당잡힌 화대로 연명하는 매춘의 나라가 될 것이다. 아이들은 나라를 팔아야 먹고 살 수 있는 매국의 길로 내몰릴 것이다.
같은 날 YTN은 백일 울산과학대학교 교수의 입을 빌어 "일본 차가 대거 들어와 국내 자동차 시장을 잠식한다고 할 때 국내 자동차 시장은 해외 현지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산업 공동화가 되고 우리나라 제조업 기반이 붕괴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농부도 내쫓고 자동차도 내쫓는 다연발 FTA와 TPP... 이건 할 짓이 아니다.
이에 앞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2일 제38차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사안의 심각함을 강조했다. 그는 “TPP는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등 농축수산업 경쟁력이 있는 나라들끼리 맺은 자유무역협정”이라며 “여기에 미국이 뒤늦게 참여해서 주도권을 쥔 목적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증대, 중국 영향력 차단”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농업은 궤멸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한미FTA와 한칠레FTA, 한-ASEAN FTA 등 기존FTA에서 유보된 농축수산물 등에 대해서까지 전면개방이 불가피하다”면서, “전문가들은 일찍부터 쇠고기와 낙농업, 과일, 채소는 물론이고 벌꿀, 인삼까지 농축수산업 전 분야에 심대한 타격이 가해질 것을 우려해 왔다. 농축수산업을 궤멸시키고는 그 어떤 경제성장도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없다. 식량자급률이 22%까지 떨어진 지금 농축수산업을 더 희생시키는 것은 전지구적인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앞에 나라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밀리면 그 다음, 또 다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끝이 없다. 두려워 말고 저항하라. 호랑이에게 떡 하나씩 내주다 결국 목숨까지 허락한 아주머니 이야기를 기억하는가.